원유희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녀는 김신걸에게 미소를 지을 때의 심정이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상실증이 걸렸을 때의 일인 것 같은데.’
그것마저도 김신걸이 그녀에게 가한 상처들 때문에 흐릿해졌다.
원유희는 잘 알고 있었다. 김신걸의 사과와 자신의 미소가 모두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녀는 아이들이 김신걸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그들을 끌고 나갔다.
“가자, 가자.”
김신걸을 원유희가 세 아이를 끌고 나가는 모습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원유희는 확실히 나한테 웃어야 해. 잘못이 있는 사람이 용서를 구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그리고 웃는 것은 용서를 구하는 방식 중의 하나고.’
그래서 밤이 되자 김신걸은 강제적으로 원유희를 침대에 눕히고 말했다.
“웃어봐.”
“뭐라고?”
원유희는 그가 낮에 서재에서 중단된 일을 마저 하려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웃어보라고 할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유담의 말 때문인 것 같았다.
“웃음이 안 나와?”
김신걸은 냉혹한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보며 그녀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았다.
“사람이 즐거운 일이 있어야 웃을 수 있지!”
원유희는 김신걸을 마주할 때 두려움밖에 없는데 어떻게 웃을 수 있겠어?
“내가 웃으라고 하면 웃어.”
김신걸은 강압적으로 말하며 원유희의 턱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원유희는 그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두려웠다. 왜냐하면 자신이 도망친 벌을 받지 않은 것도 아이들 때문이었다.
‘지금 김신걸의 마음속에는 분명히 발산할 곳이 없는 화가 차여있어! 그러니까 웃으라면 웃고 울라고 하면 울지 뭐.’
원유희는 김신걸을 보면서 머릿속으로는 아이들의 귀엽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생각하며 진심으로 웃었다.
그녀가 미소를 짓자 청아하고 맑은 눈이 등불아래에서 미세한 빛을 띠었다.
김신걸은 넋이 나가 원유희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누군가에게 꽉 잡힌 것처럼 심장이 조여와 숨을 가쁘게 쉬었다.
공기 중에 끈적한 침묵이 흘러 사람을 약간 질식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