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너한테 물어보려고 전화한 거야. 지난번 네가 학부모 상담 다녀간 뒤로 학교에 가지도 않아.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서는 게임만 하거나 자고 있다고.” “수능이 이제 일주일 남았는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아?” 결국 고태빈은 집에 한 번 다녀오기로 했다. 박해은도 함께 갔다. 지금 장경희와 고나율이 살고 있는 집은 박해은이 소유한 백 평이 넘는 고층 아파트였다. 문을 여는 순간 박해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집은 엉망진창이었다. 주방의 쓰레기 냄새가 거실까지 퍼져 있었다. 박해은은 속으로 몹시 불쾌했다. 이 집은 인테리어를 마치고 본인조차 아직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집인데 벌써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놓다니 말도 안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진짜 목적이 하라무 별장이었기에 참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들어오자 장경희가 급히 달려와 고태빈의 팔을 붙잡았다. “태빈아, 드디어 왔구나. 네가 맨날 바쁘다고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우리랑 네 여동생은 좀 챙겨야지. 너 왜 이렇게 무정해?” “내가 무정하다고요? 내가 창업해서 돈 버는 게 다 우리 집 먹여 살리려고 그런 거예요. 매일 잠도 못 자고 일하는데 내가 언제 편하게 살아봤어요?” 고태빈이 화를 내자 장경희도 더는 세게 나가지 못했다. “그냥 내가 너무 걱정돼서 그래. 지금 나율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시기야. 이렇게 학교 안 가면 어떡해?” 고나율은 여전히 방문을 잠그고 아무리 불러도 문을 열지 않았다. 화가 치민 고태빈은 결국 문을 발로 차버렸다. 쿵 소리와 함께 문이 부서져 열렸다. 옆에서 보고 있던 박해은은 깜짝 놀라 숨을 들이켰다. 그 문은 그녀가 천만 원을 들여 맞춘 디아르산 주문 제작 문이었다. 문이 열리자 악취가 확 퍼졌다. 바닥엔 쓰레기가 널려 있고 침대 위엔 먹다 남은 배달 음식들이 어질러져 있었다. 고나율은 그 한가운데에 앉아 헤드폰을 끼고 미친 듯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고태빈은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 그는 단숨에 달려가 고나율의 휴대폰을 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