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9화
멀지 않은 곳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고나율을 불렀다.
고개를 돌리니 눈앞에는 반짝이는 새 벤츠 한 대가 멈춰 서 있었고 운전석에는 고태빈, 조수석에는 박해은이 앉아 있었다.
고나율은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열고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언제 벤츠 샀어?”
그녀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오빠는 새 벤츠를 샀다면서 지난번 애들 앞에서는 왜 굳이 그 낡은 경차를 타고 왔던 거야?’
고태빈은 짧게 헛기침을 내뱉었다.
사실 이 벤츠는 그의 차가 아닌 박해은의 차였다.
서규영이 롤스로이스를 몰고 떠난 뒤, 그에게 남은 건 낡은 경차 한 대뿐이었다.
고태빈도 새 차를 사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회사 상장을 앞두고 재무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그는 사실상 개인 자금을 함부로 쓸 수 없는 처지가 되어 있었다.
박해은은 고태빈의 사정을 눈치채고 자연스레 자신의 차를 빌려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고태빈이 뭐라 대답할지 몰라 잠시 망설이는 동안 박해은이 자연스레 화제를 돌렸다.
“나율아, 오늘 시험은 어땠어?”
그 물음에 고나율은 순식간에 풀이 죽었다.
그녀는 운전석에 앉은 고태빈을 힐끔 바라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너무 어려웠어요. 완전 망친 거 같아요...”
박해은은 그녀의 팔을 가볍게 토닥였다.
“괜찮아. 나율이는 원래 머리 좋잖아. 게다가 요즘 세상이 꼭 성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도 아니고 오빠 회사도 곧 상장하니까... 나중엔 공부 잘한다는 애들도 다 우리 밑에서 일하게 될 거야.”
그 말에 고나율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박해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설령 시험을 망쳤다 해도 괜찮았다.
결국 그녀는 고태빈의 회사에 들어가 일하게 될 테니까.
오빠가 왕이라면 자신은 그 곁의 공주와 다름없었다.
‘맞아. 시험을 못 봐도 상관없어. 결국 다들 내 앞에 무릎 꿇게 될 거야.’
그 순간, 조용히 운전하던 고태빈이 냉랭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고나율, 너 청빈대 못 가면 지방 대학으로 보낼 거야.”
요즘 들어 고태빈은 고나율의 얼굴만 봐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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