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화

박해은은 입술을 깨물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안을 흘깃 쳐다본 박시형은 곧장 서규영 쪽으로 걸어갔다. 서규영 옆자리에는 사람들이 어느새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왼쪽에는 프로그래머 강주만이 앉아 있었고 오른쪽에는 육경민이 있었다. 평소 그들은 마치 서규영의 경호원처럼 행동했다. 박시형은 육경민이 앉아 있는 자리 뒤로 가서 의자를 발로 툭 쳤다. “비켜, 여기 앉을 거야.” 불만이 생긴 육경민은 일어나면서도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앉을 자리가 이렇게 많은데...” 박시형은 결국 바라던 대로 서규영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모두의 표정이 이상한 것을 본 서규영은 박시형을 흘끗 쳐다보더니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박시형이 정말로 올 줄 몰랐다. 박해은의 일이든 섀도우의 일이든, 박시형이 관여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서규영은 이 모든 것이 자기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기에 박시형의 도움도 필요 없었다. 박시형의 도움을 받은 후 모두가 그들의 관계를 알게 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자유롭지 못할 테니까. 박시형은 서규영 옆에 앉았을 뿐 별로 친근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다. 서규영은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꺼내 박시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왜 갑자기 온 거야?] 박시형이 메시지를 확인했다. [네가 말한 전설 속의 선배를 만나고 싶어서.] 박시형을 바라본 서규영은 눈빛이 거침없이 흔들렸다. 자세히 생각해 보니 박시형이 그녀의 정체를 눈치챈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한 번도 섀도우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나눈 적이 없었다. 하지만 똑똑한 박시형은 서규영이 특허를 상징적으로 해빈 테크에게 판매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했을 것이다. 박시형이 오고 나서 박해은은 이유 없이 불안해졌다. 만약 오늘 밤에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마일 테크 대표이사 자리는 고사하고 박씨 가문의 족보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할 것이다. 한참을 고민하던 박해은은 결국 고태빈에게 확인을 받기로 결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