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시연도 나만큼이나 놀란 듯했다. 그녀는 급히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사람 잘못 보셨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웃음이 터질 뻔했다. 재빨리 그녀의 팔을 꽉 붙잡았다.
“네가 아무리 변해도 난 알아볼 수 있어. 유학 간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
그날 부모님과 통화할 때 분명 공항 안내 방송이 들렸는데 온시연이 여기 있을 리가 없었다.
‘만약 계속 경성에 있었다면 왜 엄마 아빠는 온 도시를 뒤져도 못 찾았던 거지?’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온시연은 마지못해 고백했다.
“내가 어디 있든 네가 뭔 상관인데? 이 약국 네가 운영하는 거야?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돼?”
그 말에 내 속에서 불같이 화가 치밀었다. 주먹을 꽉 쥐며 차갑게 말했다.
“출국도 안 했으면 당장 나랑 집에 가. 우리 원래 자리로 돌아가자.”
하지만 온시연은 내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난 안 가. 난 절대 그 사람하고 결혼 안 해.”
그 말에 분노가 폭발할 것 같았다.
“네가 안 돌아가면 내가 평생 네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는 거야?”
목소리가 커졌고 온시연은 급히 내 입을 틀어막으며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아무도 우리를 주목하지 않았다.
서로 이렇게 서서 싸울 상황이 아니었다. 마침 약국 옆 조용한 카페가 보여 우리는 그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온시연은 내 맞은편에 앉아 커피를 젓다가 날 올려다보며 비꼬듯 말했다.
“네가 꽤 잘 지내나 보네? 내가 버린 남자 주워서 그렇게 웃고 다니더라.”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그녀의 날카로운 말에 휘둘리지 않으려 애썼다.
“너 어디 있었어? 엄마 아빠가 너 찾느라 미쳐가고 있는데 왜 집에 안 갔어?”
온시연은 콧방귀를 뀌며 냉소했다.
“그건 네 알 바 아니야. 그리고 너, 내가 여기 있는 거 부모님한테 말하면 큰일 날 거야.”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나는 조용히 말했다.
“언니, 지금이라도 돌아가자. 아직 늦지 않았어.”
온시연은 눈을 굴리며 비웃었다.
“난 누가 쓰던 남자엔 관심 없어. 지금 새 남자친구도 있고 곧 약혼할 거야.”
‘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