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박지한 목소리에 놀라 약이 목에 걸려버렸다. 난 약을 삼키지도 못하고 뱉지도 못한 채, 갑자기 기침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박지한이 다가와 내 등을 두드렸고 곧바로 물 한 잔을 가져와 입에 가져다 댔다. 나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고 겨우 약을 삼키고 나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많이 아파? 의사 오라고 할까?” 박지한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고, 지난 새벽에 보잘것없는 이유로 의사를 불러왔던 기억에 나는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 박지한의 시선이 뒤쪽 약상자로 향했고 나는 황급히 약을 집어넣었다. “정말 괜찮아. 자기 전에 그냥 비타민 하나 챙겨 먹은 거야. 우리 빨리 자러 가자.” 박지한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이었고 내가 잡아당겨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정말 병원이라도 가려는 듯 날 이끌었고 난 어색하게 웃으며 약통을 그에게 내밀었다. “그냥 비타민이라니까.” 박지한은 약통을 받아들여 자세히 들여다봤고 드디어 표정이 풀렸다. 그래서 안심하고 약을 받아 가려는데 박지한이 약 뚜껑을 열었다. “그럼 나도 두 알 먹을까? 요즘 피곤했는데 비타민 좀 보충해야겠다.” “잠깐만!” 나는 반사적으로 박지한의 손을 잡았고 박지한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날 쳐다봤다. “왜?”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난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그게... 빈속에 먹으면 속 쓰리잖아.” “자기도 방금 먹었잖아.” 박지한은 가볍게 웃으며 내 손을 떼고 다시 약통 뚜껑을 열었다.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제발, 그거 먹지마...’ 그러나 박지한은 아무렇지 않게 약을 두 알 꺼내어 물과 함께 삼켰다. “됐어. 이제 자자.” 나는 멍하니 서 있다가, 얼빠진 얼굴로 휴대폰을 들었다. 남자가 피임약 먹으면 생기는 일. 피임약 부작용 남자. 남자가 피임약 먹으면 안 좋은가요. 그러나 검색창엔 온통 애매한 이야기뿐이고 정확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침대에 누워 있는 박지한을 봤다. “자기 지금 괜찮아? 어디 불편한 데는 없고?” 박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