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화

차에서 내리면서 든 생각이지만 난 취한 박지한이 꽤 마음에 들었다. 꽃다발을 꼭 껴안은 채 조용히 내 뒤를 따르는 모습이라니, 도와줄 필요도 없이 얌전하게 굴었다. 집에 돌아온 뒤 인터넷에 해장국 레시피를 검색해 또 박지한을 위한 해장국을 끓였다. 국물 온도를 적당히 식혀 마시기 딱 좋은 상태로 준비했으며 그릇을 들고 거실로 나가 박지한 앞에 내밀었다. “자기야, 이거 마셔.” 박지한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아직도 투덜댔다. “싫어. 자기가 먹여줘야 마실 거야.” 박지한 입을 억지로 벌려서 국을 들이붓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지금 내 역할은 단아하고 상냥한 사람이니 그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말없이 웃으며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서 그의 입 앞에 가져다 댔다. “자, 입 벌려봐.” 박지한은 국물을 슬쩍 보더니,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말고.” “그럼 어떻게 먹여줘?” 박지한의 시선이 노골적으로 내 입술에 닿아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래서 변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속으로 욕하며 국그릇을 테이블에 툭 하고 내려놨다. “먹기 싫으면 말고. 어차피 내일 머리 아픈 건 내가 아니니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지한은 눈 깜짝할 새에 국을 싹 다 비워버렸다. 나는 코웃음을 치고 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다시 안방으로 돌아왔을 땐, 박지한은 이미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조명을 끄고 그 옆에 누웠다. 그리고 그때, 박지한이 내게 달라붙더니 내 아랫배를 부드럽게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술에 취한 와중에도 이런 건 잊지 않는다니,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고 보니 곁에 박지한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상하다 싶어 집 안을 둘러보다 서재에서 그를 발견했다. “자기야, 괜찮아? 어디 불편한 건 아니지?” 박지한이 서재에 있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 조금 의아했다. 그는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있었지만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부르자, 귀 끝이 빨갛게 물들었다. “아... 괜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