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박지한이 나를 힐끔 쳐다보자 나는 이해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이장님에게 우리의 가치관과 원칙을 쉬운 말로 설명해드렸다.
다른 건 몰라도 거처를 옮기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이장은 표정이 밝아지며 말했다.
“그런 거면 상관은 없는데 이게 저 혼자서 결정할 일은 아니라서요. 저희도 회의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그 말에는 우리도 동의하는 바였다.
얘기가 잘 끝난 덕에 기분이 좋아진 이장님은 우리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했지만 우리는 한사코 거절한 뒤 함께 마을을 둘러보러 향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이곳에서 나와 박지한은 대화도 나누지 않고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내가 먼저 그 정적을 깨며 물었다.
“내 주변에 시집간 친구들은 다 그냥 가정주부던데. 오빠는 왜 나한테 일할 기회를 주는 거야?”
상류층에서는 결혼한 여자가 밖에서 일하면 남자의 경제 능력이 부실해서 여자 하나 못 먹여 살린다고 비웃음을 사곤 했다.
결혼 전에는 그런 일을 딱히 신경 쓰지 알았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그 여자들이 왜 가정주부가 되길 택한 건지 나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금빛 노을이 너울거릴 때, 박지한이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네가 온실 속 화초가 되는 건 원치 않아. 사람들이 너한테 호연 그룹 사모님이라고만 부르는 것도 싫고. 나는 네가 마음껏 꿈을 펼쳤으면 좋겠고 네가 영원히 너도 살았으면 좋겠어.”
청광리의 상황에 대해 간단히 알아본 뒤, 나는 정식으로 호연 그룹 설계팀에 합류했다.
처음에는 내 신분 때문에 나와 대화하는 걸 꺼리던 사람들도 내가 먼저 친근하게 다가가니 서서히 마음을 열고 있었다.
“안 이사님, 혹시 시간 되시면 저희 집 가구 배치 좀 봐주실 수 있으세요?”
안 이사는 설계팀 총 책임자인데 20년 동안 일하면서 수많은 우수한 작품을 탄생시킨 사람이었다.
경험도 풍부한 사람이라 호연 그룹 건물 설계도 도맡아서 한 능력자였다.
“좋은데요 사모님.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아요.”
안경까지 벗어서 제대로 보나 싶었는데 결국 또 돌아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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