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이건 부모님이 온시연 다음으로 신경 쓰는 문제였다. 나는 두 분의 기대에 찬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결과는 나왔는데 호연 그룹이 이번엔 도전적인 결정을 했어요. 신생 회사 기획안이 채택됐어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아빠는 젓가락을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내가 그렇게나 말했는데 너는 내 말을 어디로 들은 거야? 이런 작은 일 하나 제대로 처리 못 해?” “아빠, 이런 작은 일에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지한 씨 만의 회사가 아니잖아요. 지한 씨는 아빠 손 들어주고 싶어도 회의를 통해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거예요. 그리고 이번 협업 온정의 미래방향이랑은 안 맞다고 저도 말씀드렸잖아요. 다른 좋은 프로젝트들도 많아요. 이월그룹 부동산 사업 기획안도 괜찮아요.” 내가 챙겨온 이월그룹 기획안을 건넸지만 아빠는 제대로 보지도 않고 그걸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렸다. “이런 듣보잡 회사랑 어떻게 일을 하니? 온나연, 너 점점 성의 없어진다?” 나는 저도 모르게 꿈틀거리는 미간을 피며 피곤한 눈을 감았다 떴다. “아빠, 호연 그룹도 작은 회사랑 협업하는데 아빠는 왜 대기업만 고집하세요? 처음 비즈니스 시작할 때는 아빠도 중소기업이었어요.” “그딴 말로 나 속일 생각하지마. 이런 작은 회사랑 일 한다는 게 알려지면 내 체면이 얼마나 구겨지겠어!” 아빠가 화를 내자 엄마도 함께 내 탓을 했다. “나연아, 이건 네가 잘못한 거야. 호연 그룹과의 협업이 불발됐다 해도 이렇게 작은 회사를 들이미는 건 아니지. 우리 같은 대기업이 이런 듣보잡 회사랑 일하는 거 봤어?” 온시연은 차를 따라서 아빠에게 건네며 눈웃음을 쳤다. “나였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박지한이 우리 회사랑 일하게 했을 거야.” “네 언니 봐봐. 같은 딸인데 너는 어쩜 그러니? 시집갔으면 우리 집안 사람 아니다 이거야? 내가 딸을 잘못 키웠네.” 다정한 눈으로 온시연을 바라보며 말하는 아빠에 나는 두 주먹을 꽉 쥐고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빨리 온시연 더러 박지한 아내 노릇하라고 해요. 저렇게 말을 잘 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