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나는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저희 그냥 친구예요. 커플이 아니에요.” 직원이 바로 말을 바꾸며 말했다. “친한 친구끼리도 커플룩을 입을 수 있잖아요. 한번 보세요.” 그러면서 나에게 반소매 티셔츠를 추천하는 것이다. 송기영이 언제 내 뒤에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반소매 티셔츠를 건네받아 꼼꼼히 만져보았다. “이거 좋네요. 이걸 가게 작업복으로 사용하면 되겠네요.” 나는 바로 직원에게 말했다. “이걸로 열 개만 주세요. 고마워요.” 이리저리 돌아다닌 끝에 마침내 가구 시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송기영과 함께 곧장 침대 판매구역으로 향했고, 직원은 반갑게 다가와 우리에게 제품을 소개했다. 나는 침대를 만져보면서 얼마나 부드러운지, 또 얼마나 단단한지 체크했다. 크고 부드러운 원목 침대를 만졌을 때, 나는 호기심 어린 말투로 감탄했다. 왠지 모르게 낯익은 느낌이 들어 매트리스를 눌러보았는데 폭신폭신한 느낌에 참지 못하고 위에 앉아 보았다. “손님, 이 침대는 화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저희 가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침대 중의 하나에요. 한번 누워서 직접 체험해보세요. 엄청 편할 거예요.” 직원은 베개 높이를 조절해주면서 누워보라고 했다. 확실히 편했지만 왠지 모르게 계속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몸을 뒤척이다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박지한과의 신혼집에서 사용하는 침대가 바로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직원의 말에 그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손님, 이 침대는 화국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하 가구업체에서 만든 제품이에요.” 성하 가구업체는 호연 그룹 산하의 가구 제조 회사로 박지한과의 신혼집 가구 대부분이 이 회사 제품이었다. 직원은 침대 머리맡의 무늬를 가리키며 계속해서 설명했다. “이 침대는 올해 신제품이에요. 이전 모델은 이런 무늬가 없거든요. 가구 회사 대표님의 아내가 여기에 무늬가 있으면 더 예쁠 거라고 해서 새로 제작된 침대에 이런 무늬가 들어간 거라고 하더라고요.”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이건 어느 날 내가 잠자리에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