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진의 몸에 퍼졌던 약효는 이제 거의 다 사라졌다.
몸의 열기는 가라앉았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홍조가 가득했다.
희고 깨끗한 피부에 물기가 맺히자 붉은빛이 은은히 퍼져 묘한 매력을 더했다.
수지의 조롱 섞인 말을 듣고도 박서진은 아무 말 없이 침묵했다.
조금 전 두 사람이 밖에서 신경전을 벌이다 보니 방 안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게다가 남지아의 불쾌한 비명 소리가 들렸으니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기 안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박서진의 낮고 자극적인 목소리는 잠긴 듯했다.
강렬하고 날카로운 기세가 방 안에 냉랭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곧 그는 수건을 잡아 상반신의 물기를 대충 닦아낸 뒤 곧바로 가운을 걸쳤다.
“욕조 안으로 숨어요.”
“왜요? 내가 나서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수지가 말했다.
“우리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 내가 숨으면 오히려 더 의심스러워 보이지 않겠어요?”
그러자 박서진은 냉랭하게 응수했다.
“내가 할아버지한테 끌려가서 그쪽이랑 해외에서 혼인신고 하게 되는 꼴을 보고 싶다면 한번 나가 보든가요.”
수지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알겠어요. 안 나가면 되잖아요. 나도 남씨 가문 사람들이 남지아를 어떻게 감싸는지 보고 싶진 않으니까요.”
하지만 욕조에 숨어서 물 안에 몸을 웅크리는 건 절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수지는 방을 둘러보다가 옷장을 발견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욕실 밖으로 나온 박서진은 박선재와 남씨 가문 사람들이 이미 엉망이 된 방 안의 상태를 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곧 그를 본 박선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서진아, 지아가 네 방에 도둑이 들었다고 하던데 그 도둑은 어디 갔냐?”
그러자 박서진의 차가운 시선이 곧바로 남지아에게 꽂혔다.
얼음처럼 날카로운 눈빛이 그녀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지아 씨가 그렇게 말하던가요?”
“아니면?”
박선재는 흥미롭다는 듯이 물었다.
“도둑이랑 싸우고 나서 샤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