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식은 입을 달싹거리더니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
“자꾸 고맙다고 하지 마. 아까도 말했잖아.”
윤서는 고집부리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송영식과 결혼을 했으니 이제는 동지나 마찬가지고, 더는 원수처럼 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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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원래 FTT로 가려고 했으나 전화해보고 하준이 이미 퇴근해서 집으로 갔다는 것을 알았다.
집에 도착해서 보니 여울과 하늘이는 할머니와 놀러로 갔고 하준이 혼자서 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러나 기분이 안 좋아서인지 입맛도 없었다.
여름이 돌아온 것을 보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어디 갔었어? 이모님이 당신 저녁 먹자마자 나갔다고 하던데.”
“뭐 좀 알아보러.”
여름이 앉아서 저녁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여름의 말을 들은 하준은 얼굴이 굳어졌다. 화도 났다.
“자기야, 그렇게 큰일을 나랑 상의도 안 하고.”
“당신 바쁠까 봐 그랬지.”
여름이 커다란 눈을 깜빡였다. 누구라도 넘어갈 듯 사랑스러웠다.
그러나 하준은 정말 화가 났다.
“당신은 조의성이 얼마나 무서운 녀석인지 몰라서 그래. 영식이도 그래. 그런 일은 나한테 귀띔도 안 해주고. 당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내가 갈 용기를 냈을 때는 무사히 빠져나올 계산도 다 있었던 거야.”
그렇게 말하고 여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거기 안 갔으면 이 일이 강여경하고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겠어?”
“지룡 애들 시켜서 조의성을 지켜봤으면 될 것을. 조의성은 강여경 배후의 인물이 누군지 아니까 그렇게 강여경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을 거야. 그게 누군지는 차차 알아내면 되지.”
하준이 싸늘하게 말했다.
하준은 FTT가 조사받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상대가 누군지를 모른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정말 해결할 수 있겠어?”
여름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하준은 몇 초 동안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
“만약 내가 해결하지 못할 것 같으면 당신은 바로 애들 데리고 외국으로 나가.”
여름은 심장이 저릿했다.
늘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