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3화

어둠 속에 서 있는 박진호의 모습은 마치 그 어둠과 하나가 된 듯 보였다. 그의 고독한 실루엣은 마치 깊은 밤의 그림자처럼 빛을 거부하는 듯했다. 육해인은 끝내 그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가 집을 나서자, 차량 시동 소리만이 어둠 속을 울릴 뿐이었다. “이 자식, 무슨 일이든 혼자 끌어안고 있네.” 육해인은 짜증이 밀려오는 듯 헝클어진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겼다. 갑자기 온몸에 스며드는 듯한 외로움에 잠은 달아나 버렸다. ‘정민우? 안돼... 진호 뒤에서 무슨 속셈을 꾸미고 있는지 모를 놈인데... 그 자식한테 털어놓을 순 없지.’ ... 심민아는 긴 악몽에서 깨어났다. 꿈속에서 그녀는 심태호를 보았다. 늘 그녀 뒤에서 잔소리를 멈추지 않던 아버지, 그리고 언제나 부드러운 미소로 그녀를 감싸던 어머니 이진숙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 민아가 하고 싶은 건 다 하게 도울 거야. 대신 우리가 평생 책임지고 지켜주면 되잖아.”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주변이 어둠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심태호는 어딘가 심하게 다친 듯 피를 토하며 어둠 속으로 쓰러졌고 이진숙은 그 곁에서 처절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심민아는 두 사람에게로 달려가려 했지만 어둠은 끝없이 밀려들어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그녀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두 사람은 점점 더 멀어졌다. “안 돼!” 그녀는 숨이 가쁘게 차오르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그때, 박수연의 작은 두 손이 그녀의 이마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엄마, 괜찮아? 무서운 꿈 꿨어?” 박지훈은 그 옆에서 마치 관심 없는 척하며 큐브를 돌리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눈길이 계속 그녀에게 머물고 있었다. 심민아는 두 아이를 보며 괜한 걱정을 시키고 싶지 않아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 엄마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그러자 박수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엄마, 삼 일 뒤면 생일이잖아. 엄마는 생일 선물로 뭐 갖고 싶어?” “엄마,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뭐든지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