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3화
심민아는 딸아이의 말을 떠올렸다.
“아빠는 분명히 내가 걱정이 돼서 따라온 거라고 말할 거야. 근데 엄마, 절대 속으면 안 돼! 탁영철 아저씨는 내 전용 운전기사일 뿐만 아니라, 아빠가 직접 뽑은 제 전속 경호원이야. 그러니까 날 걱정하는 게 아니라 그냥 엄마 보고 싶어서 온 거라니까?”
박수연의 경호원인 탁영철은 겉으로 보기에는 순박하고 착해 보였지만 실상은 금 벨트 챔피언 출신이었기에 박진호는 딸아이의 안전을 걱정할 필요 없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박진호는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무언가를 떠올리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졌다.
예전에 그는 심민아의 마음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어둠 속에 숨어, 아주 조금이라도 그녀가 자신에게 베풀 사랑을 기다렸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심민아가 자신을 향한 사랑이 투명하고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심 회장과의 약속 때문에 그는 지금 그 사랑에 응답할 수 없었다. 그들의 소중한 ‘보물’을 반드시 지켜내야 했고 그녀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했다.
가로등 아래에 서 있는 심민아를 외면하고 차에 오르려던 그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래, 보고 싶었어.”
갑자기 불어온 밤바람이 그 진심 어린 고백을 전해주었다. 다음 순간, 심민아는 그 앞으로 달려와 그의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발끝을 들어 올려 그에게 입을 맞췄다.
그녀는 왜 박진호가 자신을 속이고 있는지, 왜 아빠의 일에 대해 그녀가 알기를 원치 않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전에 말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믿겠다고. 그는 절대 그녀를, 아빠를 다치게 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뜨거운 숨결이 두 사람의 입술 사이에서 뒤엉켰다.
가로등 아래 둘의 키스는 점점 더 격렬해졌다. 감정을 억누를 수 없던 바로 그 순간, 갑자기 한 줄기 빛이 두 사람의 얼굴을 비추었다. 심민아가 빛이 비추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두 개의 머리가 황급히 몸을 숨겼다.
“상혁 오빠, 엄마가 우릴 발견한 건 아니겠지?”
박수연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두 손으로 꼭 쥐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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