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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칠순 잔치에 사람이 죽었다. 황범철은 분노를 넘어 광기에 가까운 얼굴로 외쳤다. “당장 조사해! 누가 감히 내 칠순 잔치에서 사람을 죽여!” 예로부터 노인들은 칠순을 ‘큰 고비’라 여겼다. 하필이면 그날에 피를 봤으니 재수가 없다고만 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그동안 지켜온 자신과 황씨 가문의 체면이 땅바닥에 짓밟힌 기분이었다. ‘이건 그냥 모욕을 주는 것을 떠나 내 이름 석 자, 내 가문의 명예를 발로 밟은 거지!’ “범인을 못 찾아내면 아무도 오늘 이 배에서 무사히 내릴 수 없을 거야!” 순간 연회장은 얼어붙었다. 모두가 숨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황범철이 정말 분노했다는 걸 아무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때, 엘리베이터에서 박진호와 함께 올라온 심민아가 그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잠시 방성훈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심민아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제가 압니다. 범인이 누군지.” 그녀는 방성훈을 용서한 건 아니었지만 끝내 진실을 말한 그 ‘한 줌의 진심’은 인정해 주기로 했다. ‘죽으면서까지 원했던 건, 강소라와 함께 끝나는 거였어. 마지막 소원은 들어주자...’ 순식간에 모든 시선이 심민아에게 쏠렸다. 그녀는 눈을 돌려 건너편에 서 있는 강소라를 바라봤다. 그러자 강소라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나다가 누군가와 부딪히며 걸음을 멈췄다. 임미정이 앞으로 나서더니 강소라의 옷깃을 움켜쥐고 그대로 황범철 앞에 끌고 갔다. 몸부림치던 강소라는 곧 들려온 목소리에 얼어붙었다. “황범철 씨, 오늘의 칠순 잔치에서 사람 죽인 범인은 이 여자, 강소라예요.” 그녀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엔 더 이상 ‘존중’ 같은 건 없었다. ‘우리 아빠는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 한 폐물이고 박진호는 미친년을 아내로 삼았다고? 그것도 모자라 우리 아이들은 모자란 아이들이라고? 좋아, 나도 이제 존중 따윈 안 할 거야.’ 심민아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말했다. “쯧, 여러분, 칠순엔 뭔가 상서로운 일이 있어야 한다죠? 그래야 장수하고 만사형통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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