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5화
집안은 온통 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
하지만 밝은 대낮 같은 불빛도 박진호의 깊고 침울한 눈동자를 밝혀줄 순 없었다.
화가 난 박수연은 작은 토끼 슬리퍼를 신은 채 씩씩거리며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박지훈은 아무 말 없이 아버지 박진호를 바라보다가 그의 눈동자 깊숙이 숨겨진 고통을 느꼈다.
아이는 아버지가 이미 결심을 굳혔다는 걸 깨닫고 작은 두 손을 꽉 움켜쥔 채, 심민아에게 두 걸음 다가갔다.
“엄마.”
“왜 그래? 아들?”
심민아가 몸을 돌려 아들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박지훈은 이 얼굴을 예전엔 그렇게 싫어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얼굴을 깊이 기억하고 싶었고 혹시라도 다시는 볼 수 없게 될까 두려웠다.
아직 마음 깊이 내뱉지 못한 그 단어, ‘엄마’를 앞으로 영영 부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박지훈은 그렇게 엄마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심민아는 아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는 듯이 서두르지 않고 따뜻한 눈길로 기다려 주었다.
긴 침묵 끝에 아이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오늘 밤에 집에 오는 거지?”
“당연하지, 내가 집에 안 오고 어딜 가겠어?”
심민아는 아들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다음 순간, 어린아이는 진지한 얼굴로 그녀 앞에 손을 내밀었다.
“그럼 약속해.”
손가락을 내미는 순간 박지훈은 바로 후회했다.
‘이렇게 유치한 행동이라니, 분명 바보 같은 여동생에게 물든 거야!’
박지훈이 손을 얼른 다시 거두려 했지만 이미 심민아의 새끼손가락이 그의 작은 손가락과 맞닿았다.
“약속할게. 오늘 밤에 꼭 돌아올 거야.”
평소에 툴툴거리기만 하던 아들이 오늘따라 불안해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심민아는 가슴이 아파졌다.
그녀가 일어서서 떠나자, 거대한 거실에서 어린 박진훈의 작은 몸이 더욱 작고 외롭게 보였다.
아이는 점점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약속했으니까, 꼭 지켜야 해. 엄마.”
...
가는 길이 멀지 않았지만 박지훈은 마치 손을 놓으면 아내를 잃어버릴까 그녀의 손가락 사이를 깊게 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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