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7화

‘시비 거는 건가?’ 심민아의 싸늘한 눈빛이 곧장 김윤아에게 꽂혔다. 말이 아닌 시선 하나만으로도 공간이 얼어붙었다. 그 눈빛을 본 정지안은 등줄기를 따라 싸늘한 기운이 훑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곧장 김윤아의 팔을 끌어당기며 낮게 속삭였다. “제가 뭐랬어요? 심민아한테는 절대 먼저 시비 걸지 말라고 했잖아요. 심민아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고요. 지금 이렇게 멀쩡히 서 있을 수 있는 것도 임신 중이라서 봐주는 거라고요.” 김윤아는 곁눈질로 정지안을 흘겨봤다. ‘심민아를 꽤 잘 아나 보네?’ 차 안에서도 정지안은 계속 경고를 했었다. 그녀는 그 말들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 자리에 나와 정민우의 시선이 심민아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걸 보자, 참고 있던 모든 이성이 증발해 버렸다. 박진호는 눈썹을 찌푸리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황범철 회장도 민아 앞에선 허리를 굽히는데, 김윤아 따위가 뭐라고 감히 내 눈앞에서 민아한테 저런 태도를 보여?’ “정씨 가문이 그렇게 대단한가요?” 그 한마디가 회장에 흐르던 모든 소음을 단숨에 끊어냈다. 김윤아는 온몸이 굳은 채, 박진호의 눈빛과 마주쳤다. 그 안에 깃든 무언의 압박은 숨이 막힐 정도로 강렬했다. 박진호에게 정씨 가문은 눈길조차 줄 필요 없는 하찮은 존재였다. 하물며 김윤아 같은 여자는 더더욱 그랬다. ‘맙소사... 미쳤었나 봐. 내가 왜 괜히 심민아를 건드렸지? 박진호한테 찍히면 이후 계획은 전부 물거품인데...’ 김윤아는 당황한 나머지 박진호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도 몰랐다. 정씨 가문이 대단하다고 인정하면 박진호에게 맞서는 꼴이고, 아니라 하면 정씨 가문 얼굴에 먹칠을 하는 셈이었다. 그 순간, 정민우가 앞으로 나섰다. “민아야, 새어머니가 경솔했어. 내가 대신 사과할게.” 정민우는 가문의 체면을 생각하면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김윤아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안도했다. 역시 민우는 자신을 외면하지 않았다. 정민우가 중재에 나서면서 일단 상황은 수습되는 듯했지만, 임미정은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