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0화
심민아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본능적으로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 머릿속엔 오직 한 사람 박진호를 떠올렸다.
‘박진호는 무사한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단 한 순간도 더 기다릴 수 없었다. 지금 당장 그를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순간, 박진운의 목소리가 등에 칼을 꽂았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아버지... 지금 눈앞에 있잖아?”
그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익숙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수님,정말 안 보고 가실래요?”
심민아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아빠가... 추모공원에?’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사적 추모공원의 계단을 한 계단씩 밟기 시작했다.
멀리서 봐도 무덤들은 층층이 정돈돼 있었고 묘비 위엔 흑백사진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발을 내디딜수록 심장은 점점 더 조여왔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설마... 설마 아니겠지...’
무의식적으로 떨리는 발걸음을 이어가던 그녀는 결국 박진운이 멈춰 선 자리 앞에 다다랐다.
묘 앞엔 갓 올린 듯한 음식과 술병이 정성스럽게 놓여 있었다.
바닥엔 먼지도 거미줄도 없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자주 찾아와 돌보고 있는 것 같았다.
떨리는 시선이 천천히 위로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심민아는 한 장의 흑백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 남자는 익숙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 다정하고 따뜻한 얼굴이었다.
그건 그녀의 아버지, 심태호였다.
단 한 번 눈에 들어온 그 얼굴만으로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금세 시야가 뿌옇게 젖었다. 그리고 묘비에 새겨진 커다란 글자들이 칼날처럼 그녀의 눈을 찔러왔다.
[고인 심태호]
[아내: 이진숙]
[딸: 심민아]
온몸의 힘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심민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무너져 앉았다.
박진운은 그녀를 일으킬 생각조차 없었다. 그저 천천히 몸을 낮추고 무너진 그녀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다시 착한 도련님 코스프레를 시작했다.
“형수님, 사돈어른은 6년 전에 이미 돌아가셨어요. 박진호 그놈, 아니,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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