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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아이의 말투에는 분노와 함께 또래답지 않은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누가 봐도 그 말은 허지유를 정조준한 것이었다. 허소원은 뜻밖의 반응에 눈을 크게 떴다. 며칠 동안 아이가 자신에게 유난히 다정했던 건 사실이지만 설마 허지유가 나타난 이 순간에도 이렇게까지 자기 편을 들어줄 줄은 몰랐다. ‘...허지유가 은성이 엄마 아닌가?’ 허소원이 의문에 빠져 있는 사이, 허지유의 얼굴은 서서히 굳어갔다. 평소 자신에게 별다른 관심도 없던 아이가 다른 여자 편을 들며 이렇게까지 나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누른 그녀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은성아, 아까 이모가 말했잖아.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어. 네 아빠 걱정돼서 그런 거야.” 허소원은 순간적으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모라고...? 허지유가 왜 자기 입으로 이런 말을 하지? 잠깐만, 그게 사실이라면 은성이는 허지유 친아들이 아니라는 소리잖아?’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허소원의 머릿속이 아찔하게 뒤집혔다. ‘그럼 은성이는 박태진과 다른 여자 사이에서 낳은 아이야? 그때 허지유 말고 또 다른 여자가 있었던 건가?’ 충격은 파도처럼 밀려왔고 허소원은 자신을 변호할 틈도 없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하지만 박은성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허지유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면 잘못이 없어지나요? 아줌마는 아빠를 치료해주려는 이모한테 들어오자마자 손부터 댔어요. 치료 도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그 책임 아줌마가 질 거예요?” 박은성의 말투에는 또렷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예쁜 이모가 아빠를 만졌다고요? 그게 아줌마랑 도대체 무슨 상관인데요? 무슨 자격으로 이모한테 그런 식으로 군 거예요?” 아이의 거침없는 말에 허지유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이 어린 게...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날 망신 주려는 거야?’ 그동안 그녀는 자신이 박태진의 약혼녀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고 두 가문의 혼사 역시 세간에 알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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