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소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딱 잘라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에요.”
박태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모르는 사이라면서 어젯밤 일 때문에 아직까지 신경 쓰는 건 뭔가요? 게다가 은성이가 당신 편 들어줬고 나도 그 자리에서 분명하게 정리했잖아요. 그 사람들이 사과도 했고.”
보통은 거기서 끝난다. 아무리 성격이 예민해도 그 정도로 사과와 태도를 보였으면 넘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여자는 뭔가 달랐다.
박태진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냉정했고 거리감도 확실했다.
“그리고...”
그는 한 박자 쉬었다가 신중하게 말을 이었다.
“이상하게 당신이 낯설지가 않네요. 어디서 본 적 있는 사람 같은 기분이 자꾸 들어요.”
익숙하다는 표현으론 부족했다. 설명할 수 없는 기시감, 어딘가 모르게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
그게 계속 그를 찜찜하게 만들었다.
그 말을 들은 허소원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벌써?’
그녀는 박태진이 눈이 보이지 않으니 절대 들킬 리 없다고 자신했었다.
‘정시훈조차 눈치채지 못했는데 이 남자가 뭘 느꼈다는 거지?’
허소원은 속으론 경고등이 켜졌지만 겉으론 무표정한 얼굴로 태연히 받아쳤다.
“그래요? 하지만 전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박 대표님과는 예전에도 지금도 아무 인연 없습니다. 혹시 다른 사람과 착각하신 거 아닐까요?”
그녀의 답변을 들은 박태진이 갑자기 전혀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결혼은 하셨어요?”
허소원은 눈을 깜빡이며 잠깐 당황했지만 곧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뱉었다.
“곧 마흔이에요. 이혼했고요. 애 셋 있어요. 몇 년 뒤면 손자도 보겠네요. 왜요?”
박태진은 멍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가 조용히 중얼이듯 말했다.
“그렇군요. 그렇게 안 들려서요.”
허소원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말했다.
“목소리만으로 나이를 판단하는 건 위험해요. 어떤 사람은 성숙하게 들리고 어떤 사람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어려 보이죠. 그걸 기준 삼으시면 오해만 쌓입니다.”
박태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