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다들 박은성 엄마 정체를 쉬쉬했고, 굳이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박은성이 입양된 거라며 박태진과 혈연이 아니라는 말까지 돌기도 했다. 그래서 박은성은 줄곧 마음속으로 엄마를 찾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몰래 아빠의 전 와이프를 찾아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빠의 전 와이프의 이름이 ‘허소원’이라는 것 외에는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었다. 허씨 가문에서도 허소원의 사진은 단 한 장도 찾을 수 없었고, 그 이름조차도 오명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좋아하는 이모가 맨디 선생님이며 진짜 이름이 ‘허소원’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박은성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모가 내 엄마일 수도 있는 거잖아!’ 게다가 박은성은 이미 허소원을 너무 좋아하고 있었고 정체를 확인하지도 않았는데도 벌써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박연석이 진지하게 물었다. “그런데, 은성아. 너 그 이름을 어떻게 알게 된 거야? 허소원,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 박은성이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별일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니까 삼촌, 제발 아빠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제가 물어봤다는 거 절대 말하시면 안 돼요.” 그러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내려놓은 뒤, 박은성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마음을 다잡았다. ‘확인해 봐야겠어. 이모가 진짜 엄마가 맞는지.’ 생각을 마친 박은성은 이내 평소처럼 조용히 책상에 앉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숙제와 글씨 연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밤, 박은성은 박태진이 돌아온 뒤에도 허소원과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허소원이 치료를 위해 집에 다시 찾아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날따라 허소원은 옷차림이 달랐고 정시훈은 치료를 지켜보다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오늘따라 침이 굵어진 것 같은데?’ ‘괜히 오싹한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일까?’ 그렇게 며칠이 흘렀고, 허소원의 일상은 그야말로 집, 연구소, 박태진 집만 오가는 일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