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케이슬 레스토랑은 세온시 강가에 자리 잡고 있어, 낮이든 밤이든 언제 찾아도 근사한 뷰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예약이 쉽지 않아 이 도시에선 상류층이나 재벌가만이 드나드는 고급 장소로 유명했다. 허소원이 도착했을 땐, 심가을이 이미 미리 와서 메뉴까지 다 골라놓은 상태였다. “바쁘신 분이 드디어 도착하셨네!” 심가을은 허소원을 보자 반가운 얼굴로 일어나 포옹부터 했다. 허소원은 미소 지으며 심가을과 인사를 나눈 뒤, 옆에 앉아 있는 유하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준 씨, 또 뵙네요.” “네, 소원 씨. 어서 앉으세요.” 유하준은 늘 그랬듯 반듯한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그날 갑작스럽게 약속 취소해서 죄송했어요. 혹시 불쾌하셨다면 다시 사과드리겠습니다.” 허소원은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니에요. 약속은 못 지키셨어도 약재는 정시에 잘 도착했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어요.” 그 말에 심가을이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올리며 투덜댔다. “아이고, 식사 자리에서 또 일 얘기하는 두 사람 보니까 내가 다 소화가 안 될 것 같네. 오늘은 좀 편하게 먹자고요. 자, 일단 건배! 이왕 모인 김에 잔부터 부딪히자고요. 그래야 다들 친구 되는 거예요, 너무 격식 차리면 체해요.” 허소원은 웃음을 터뜨리며 잔을 들었다. 유하준도 따라 잔을 들고 세 사람은 짠 소리를 내며 잔을 부딪쳤다. 비록 허소원과 유하준은 아직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심가을이 중간에서 분위기를 유하게 풀어주니 어색함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유하준이 운영하는 제약 계열사 얘기가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그야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식사가 무르익던 바로 그때. 바로 옆 프라이빗 룸, 청풍각 안쪽에서는 박태진과 박은성이 막 도착한 참이었다. 허씨 가문 사람들뿐 아니라, 박씨 가문 식구들과 박태진의 부모님, 할머니까지 전원이 도착해 있었다. 그 안쪽에선 허지유가 박씨 가문 어른들 앞에서 열심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차를 따르고 안부를 건네는 허지유는 손녀딸이 따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