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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여긴 왜 왔어?” 유하연은 혹시 또 유채린이 튀어나와 머리끄덩이라도 잡으려 할까 봐 본능적으로 그의 뒤를 둘러보았다. 솔직히 그녀가 유채린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었지만 요즘 몸이 약해진 상태라 정면으로 부딪히면 불리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유하연의 속내를 눈치챈 심윤재가 급히 손을 흔들며 해명했다. “나 혼자 왔어. 그냥 네 상태가 어떤지 보고 싶어서.” “안색이...” 그녀의 얼굴을 훑어보던 심윤재는 걱정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안 좋아 보이는데?” “그럭저럭 괜찮아. 계속 회복 중이니까.” 유하연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심윤재가 진심으로 걱정하는 게 느껴졌기에 더 이상 숨길 필요 없이 솔직히 털어놓았다. “얼마 전에 유산했어. 이 정도면 많이 나아진 편이야.” “마음의 병이 심해서 그런 거야,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라.” “유산?” 심윤재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그녀의 배로 향했고 놀란 기색이 역력해서 물었다. “유산했다고?” “응.” 유하연은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심윤재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고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게 오히려 잘된 걸 수도 있겠다. 적어도 하나의 골칫거리는 덜었잖아. 더 이상 얽히지 않아도 되고.” “몸부터 잘 추스르는 게 먼저야.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건강을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해.” “몸이 망가지면 그땐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잖아.” 심윤재의 걱정 어린 조언에 유하연은 말없이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녀도 그걸 잘 알고 있었지만 마음이 쉽게 따라주지 않을 뿐이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누군가가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유채린은 골목길에 몸을 숨긴 채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혹시나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까 봐 그녀는 얼른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유하연이 유산했었다고?’ ‘그것도 우리 오빠 유도경의 아이를?!’ 그 소식을 들은 유채린은 마치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그동안 유하연이 임신했을 거라고 의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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