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4화

밖에서 들리던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마침내 완전히 사라졌을 때서야 유하연의 굳어 있던 등줄기가 조금 느슨해졌다. 그녀는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어 사방을 살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자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급히 집으로 돌아왔지만 유하연의 심장은 여전히 쿵쿵 뛰고 있었다. ‘유도경이 날 찾아온 게 아닌 것 같아.’ 방금 엿들은 대화가 떠올랐다. ‘유도경 쪽에서 더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건, 학교에서 사람을 못 찾고 그냥 돌아갔다는 게 아닐까?’ 유하연은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간신히 다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에 이번만큼은 정말 놓치고 싶지 않았다. 유도경 때문에 또다시 떠나야 한다면 그녀는 아마 견딜 수 없을 것이다. “하연아, 왔니?” 밖으로 나오던 박미자가 유하연을 보곤 재빨리 그녀를 안으로 끌어들였다. “밖에 바람 차다. 하늘 보니까 또 날이 추워지려나 봐. 옷도 얇게 입고 어딜 그렇게 돌아다녔어.” “정신이 없어서요.” 유하연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박미자는 그녀에게 겉옷 하나를 건네주며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얘는 맨날 자기 몸 하나 못 챙기고, 아주 속을 썩여.” “그래도 할머니가 챙겨주시잖아요.” 유하연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박미자 팔에 얼굴을 비볐다. 박미자는 유하연의 코끝을 콕 찌르며 물었다. “오늘 시험 본다더니, 어땠어?” “그럭저럭 괜찮았던 것 같아요.” 유하연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시 말했다. “어쨌든 전 최선을 다했어요.” “그래, 최선을 다했으면 된 거지.” 박미자는 유하연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는 듯 더 묻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장을 좀 많이 봤어. 우리 오늘 푸짐하게 한 끼 먹자.” 주방으로 가보니 진짜 식재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렇게 많이 샀어요?” 유하연은 놀란 눈으로 박미자를 바라봤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하연아.” 할머니의 눈웃음이 번지는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고개를 홱 돌리자 휠체어에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