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8화

성혜란의 낯빛은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창백해졌다. ‘어, 어떻게 이 사람이...’ 성혜란의 얼굴을 알아본 순간 남자도 문득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사님, 제 실수로 부딪힌 거니까 연락처 남겨주시면 제가 선물을 들고 직접 찾아가 사과를 드리는 게 어떨까요?” 이 말에 성혜란의 눈동자가 움츠러들며 곧장 대꾸했다. “됐어요. 이런 일로 무슨.” 그러고는 이내 임현지의 손을 잡고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 성혜란의 도망치듯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남자의 눈빛에 흥미로운 기색이 스쳤다. ‘여기서 저 여자를 만나네. 이런 우연이 다 있나.’ 곧 그도 편히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성혜란은 임현지를 데리고 마치 뒤에서 귀신이라도 쫓아오는 듯 빠르게 걸어갔다. “엄마, 좀 천천히 가세요.” 임현지가 소리쳤지만 성혜란의 발걸음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차에 올라타 문을 닫은 후에야 그녀는 비로소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왜 그래요? 방금 그 남자... 아는 사람이에요?” “아니, 모르는 사람이야. 내가 어떻게 그런 남자를 알겠어!” 성혜란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부인했지만 그 말에 오히려 임현지의 눈빛이 살짝 번뜩였다. ‘그런 남자가 어떤 남자인데?’ 성혜란의 반응이 너무 이상했다. 임현지는 확신했다. 분명 아는 사람일 거라고. 하지만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었다. 돌아가는 길 내내 성혜란의 마음은 계속 뒤숭숭했다. 갑자기 그 남자와 마주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분명... 분명 오랜 세월 소식이 끊겼었는데 왜 갑자기 나타난 거야!’ 그때 일을 떠올리자 성혜란의 이마에 식은땀이 스며 나왔다. ... 쇼핑몰 안. 성혜란과 임현지가 떠난 뒤 임수아는 하경림에게 이미 산 옷들을 모두 반품하자고 제안했다. 하경림이 말했다. “왜 반품해, 너 입으라고 사준 거잖아! 게다가 다 사겠다고 말했는데 이제 와서 반품하면 내 체면이 뭐가 돼?” “알겠어요. 어머님, 감사해요.” 임수아는 무기력한 미소를 지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