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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그 말을 듣자 서은채는 윤시혁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빛은 쉽게 읽히지 않는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었고 약간의 망설임과 고민도 담겨 있었다. 그녀는 이내 힘없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맞아. 유민이한테 그 말을 한 건 나야. 하지만 난 그저 약을 탄 음료수를 마셨는데 네가 호텔로 와서 날 병원으로 데려갔다고만 얘기했어. 너랑 나랑 잤다는 결론을 유민이가 어떻게 내렸는지는 나도 잘 모르는 일이야.” 그 말에 곧바로 서윤미가 나서며 거들었다. “맞아요! 제가 증명할 수 있어요. 언니는 유민 씨한테 두 사람이 잤다는 얘기는 한 적이 없다고요.” 서은채 자매의 말이 이어지자 하유민의 얼굴빛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입술을 달싹였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서은채와 서윤미의 태도는 그녀를 배신한 거나 다름없었다. 분명 그들한테서 들은 얘기인데 이제 와서 다 부정하고 말을 바꿔버렸으니 말이다. ‘그렇게 말하면 내 입장이 뭐가 되는지 생각 안 하는 건가? 아니면 내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는 건가?’ 그런 생각이 스치자 하유민은 천천히 서은채를 바라보았다. 서은채는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미묘한 죄책감과 간절한 부탁이 담겨 있었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였지만 말이다. 그제야 하유민은 깨달았다. 서은채는 지금 이 자리에서 차마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것뿐이었다. 그때 서은채는 분명 그녀에게 당부했었다. 윤시혁과 그녀만 아는 비밀이라면서 이 일은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서은채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함구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해하고 나니 하유민의 마음도 조금은 누그러졌다. 임수아는 그 모든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끊임없이 사람들의 표정을 훑었다. 그중에서도 서은채의 얼굴이 가장 복잡하게 일렁였다. 임수아조차 알 수 없었다. 과연 서은채와 윤시혁 사이에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걸까. “이상하네.” 그때, 윤시혁의 목소리가 낮게 흘러나왔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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