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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이 말을 들은 하유민의 얼굴색이 살짝 변했다. 그녀가 막 대답하려 할 때 임수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사실 유민이 잠자리가 편치 않은 모양이에요. 우리 집에서 잘 때면 항상 한밤중에 악몽을 꿔서 잠에서 깨곤 해요. 그러면 우리 방문을 두드려서 저에게 같이 자달라고 부탁하죠. 오늘 밤은 그냥 제가 먼저 유민이랑 같이 자자고 했어요. 그리고 이 음악은...” 임수아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유민이가 귀신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야 잠이 든다고 해서요.” 이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할머니가 물었다. “그러니까 유민이가 너희 집에서 잘 때마다 한밤중에 일어나서 너희 방 문을 두드렸다는 거냐?” “네.” 임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할머니와 하경림은 모든 것을 이해한 듯했다. 일이 발각된 것을 눈치챈 하유민이 급히 변명했다. “할머니, 고모, 임수아 말은 듣지 마세요! 임수아는 방금 분명히 몽유병 상태였어요! 정말로 칼을 들고 저를 쫓아다니며 찌르려고 했단 말이에요! 믿어주세...” “몽유병이라니요?” 임수아는 그녀의 말을 끊으며 깜짝 놀란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저는 몽유병 없어요. 하유민 씨 사촌 오빠한테 물어보세요.” 하유민는 즉시 윤시혁을 바라보았다. 윤시혁은 임수아를 깊게 바라본 후 시선을 돌리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아는 몽유병이 없어.” 하유민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이제 그녀도 모든 것을 이해했다. 자신이 임수아에게 단단히 속았다는 걸 말이다. 임수아의 몽유병은 처음부터 거짓이었고 모두 연기해낸 것이었다. ‘이 나쁜 년!’ 하유민은 이를 악물고 애써 분노를 참고 있었다. 조금 전 임수아가 칼을 들고 자신을 쫓아다니던 장면이 떠오르자 하유민은 다시 한번 식은땀을 흘렸다. ‘미친년! 임수아는 완전히 미친년이야!’ 이때 할머니가 하유민을 바라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민아, 다음에는 한밤중에 악몽을 꾸고 깨어나면 할머니를 찾아오너라. 내가 같이 자줄게.” 하유민의 표정이 많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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