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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사실 임수아는 윤시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늦은 시간에 왜 윤시혁을 기다리고 싶어졌는지 알 수가 없어서 마음이 답답했다. 어쩌면 할머니가 했던 말이 자꾸 떠올라서 그랬을 수도 있었다. 임수아는 용기를 내어 시도하고 싶었다.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가 어떻든 상관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만약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돌이켜보았을 때 무조건 후회할 것이다. 이때 윤시혁이 천천히 그녀한테 다가갔다. 그는 앉아 있는 임수아를 내려다보면서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한테서 들었어. 곧 촬영을 시작한다면서?” 임수아는 윤시혁이 진작에 알고 있었을 거라고 짐작했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요.” 윤시혁이 미간을 찌푸린 채 한숨을 내쉬더니 계속 물었다. “그 남자랑 같이 촬영하는 건가?” “네. 남자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어요.” 윤시혁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몇 초 후, 그가 차가운 어조로 물었다. “많고 많은 대본 중에 왜 하필 그 드라마였어? 그놈이 없으면 연기도 할 수 없는 거야? 단순히 연기를 하고 싶은 게 맞아?” 그 말에 임수아의 눈빛이 급격히 흔들렸다. 그녀는 노트북을 치우고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그와 눈을 마주치면서 진지하게 물었다. “내가 욱진과 같이 연기하는 게 그렇게 싫어요?” ‘욱진이라고? ’ 윤시혁은 애틋한 호칭을 듣고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임수아와 안욱진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 줄 알 것이다. “그래. 알면서 왜 자꾸 물어?” 윤시혁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임수아는 긴장해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윤시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너랑 안욱진의 열애 기사가 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같이 촬영하게 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윤씨 가문에 영향을 줄 거야. 이 정도는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봐? 너 때문에 우리 가문의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단 말이야. 내가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이제야 좀 알겠어?” 그는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임수아는 밀려오는 압박감 때문에 말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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