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서은채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서윤미는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언니, 내가 괜히 과장되게 말해서 형부가 많이 놀랐나 봐. 그래서 홧김에 한 말이었을 거야. 언니가 너무 걱정되어서 형부한테 심각한 상황이라고 얘기했었어. 언니가 아프다는 말에 형부도 놀라서 금방 달려왔잖아.” 서윤미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아 보여서 마음이 놓인 거지. 하지만 내가 거짓말한 건 사실이니까 나한테 화났던 거야.” 그 말을 들은 서은채는 입술을 깨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그런 걸까?” 서윤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언니가 아니라 나한테 화난 거니까 신경 쓰지 마.” 서은채는 아무 말 없이 두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한편, 저택으로 돌아간 윤시혁은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문을 천천히 열려고 할 때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방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한 그는 다시 시도했다. 그러나 문이 열리지 않아서 임수아가 안에서 잠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아가 문을 잠갔어?’ 윤시혁은 문을 두드리려고 했지만 임수아가 여전히 화났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지금 문을 열어달라고 해도 그녀가 열어줄 리 없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아침. 임수아는 제대로 자지 못해서 다크서클이 생겼다. 그녀는 힘없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인사했다. “할머니, 어머니. 좋은 아침이에요.” 한효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낯빛이 어두워 보였다. 임수아가 자리에 앉은 뒤, 윤시혁도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한효진은 그를 보자마자 엄숙한 어조로 따져 물었다. “시혁아, 어젯밤에 도대체 어디에 간 거야?” 윤시혁은 고개를 돌리고 임수아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윤시혁을 투명 인간 취급하면서 앞에 놓인 따뜻한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 윤시혁은 표정이 어두운 한효진과 두 눈이 마주쳤다. 그는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젯밤에 은채가 아팠어요. 은채를 병원에 데려다 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