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준이 책을 받으며 작게 말했다.
“고마워요.”
서청희가 웃었다.
“중요한 책이라서 가지고 왔어요.”
강서준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요.”
그 말에 서청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
“괜찮아요. 정말이에요. 내가 그랬잖아요. 무슨 결정을 하든 지지한다고.”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초현이도 참 가엽죠. 저도 알고 있었어요. 화상을 입고 세상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싫어했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겠어요? 이제 겨우 살만한데 고독에 중독되다니 그게 언제 발작할지도 모르잖아요.”
서청희는 김초현도 강서준도 이해했다.
‘다 내 잘못이야. 내 욕심으로 일이 이 지경까지 된 거야.’
만약 처음부터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면 강서준도 난처한 상황에 처하지 않았다.
“솔직히 초현이와 사이가 틀어지는 거 바라지 않았어요.”
강서준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천자가 계속 날 주시하고 있어요. 김초현과 있으면 폐만 끼치게 되는데 이렇게 나올 줄 생각도 못했어요.”
“앞으로 계획은 있어요?”
서청희가 물었다.
강서준이 정확히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지만 천자와 정권 싸움 그리고 1년 뒤에 있을 대선에 관련되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강서준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천천히 가보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그럴게요.”
“그럼 이만 갈게요.”
서청희가 손을 흔들며 돌아섰다.
강서준은 배웅하지 않고 손에 든 의서를 들고 멍을 때렸다.
“보룡산 사건에 대해 들었어요. 몸은 괜찮아요?”
갑자기 옆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검정색 옷 차림에 검정 모자를 쓴 중년 남자였다.
그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그림자가 다가온 줄도 몰랐어. 실력이 대단한 자야.’
“소요왕이 도와준 덕분에 살았어요.”
그림자는 강서준이 손에 든 의서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의서에 관해 묻지 않았다.
“지금 교토의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워요. 모든 후보들 뒤에 강력한 재단들이 지지하고 있어요. 재단들이 누구를 지지하는지 확실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