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준은 독보운의 입에서 이런 얘기를 들은 적 있었다. 대하 왕은 수많은 무사와 연합해 고문을 멸문했다. 이는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 새로운 나라와 새로운 왕이 나타나면 때로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공신을 죽이기도 했다.
김초현의 얘기를 듣고 난 강서준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진짜 나쁜 사람이 아닌 가문의 무술을 수련하지 않아 모함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습격당하고 이성까지 잃다니 이보다 더 좋은 증거는 없었다.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 새로 강영이 빨간 열매 몇 개를 들고 나타났다. 열매의 크기는 주먹만 했는데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길 같았다.
"오빠, 이게 바로 화보제에요. 나무에 4개 달린 걸 제가 전부 따왔어요. 이 정도 화보제면 양기로 가득한 순수한 진기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강영은 기쁜 기색으로 강서준에게 열매를 건네줬다. 강서준은 열매를 들고 자세히 관찰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약간 따듯한 걸 빼고 다른 열매와 다를 바 없었다.
아직은 연구할 때가 아닌 관계로 강서준은 열매를 가방 안에 넣고 분출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고마가 한 번도 눈에 띄지 않는 걸 봐서 분출구에 다른 출구가 있는 건 아닐까요? 아니면 우리보다 먼저 나왔을 수도 있고..."
김초현이 머리를 끄덕였다.
"분출구 속의 동굴이 사면팔방으로 이어져서 뒷부분에도 출구가 있어요. 아마도 진작에 도망간 것 같아요."
"제가 내려가서 다시 확인할게요."
강서준은 고마가 다시 돌아올까 봐 걱정돼서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고 나자 그는 심연으로 떨어진 할아버지의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졌다. 할아버지가 진짜 죽었다고 해도 시체를 찾아 강중에 묻어둬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오빠, 제 할아버지도 못 내려가는 곳을 어떻게 내려가려고 그래요?"
강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해봐야지."
강서준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전혀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그는 휴대전화를 쳐들고 신호를 잡아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