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깍지가 단단히 씌워진 듯하다.
[마음대로 생각해!]
이청하는 웃으며 말했다.
첩이 된다고 해도 상관 없다. 나지선은 남이 아무리 말려도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은 성격이다.
[너는? 너도 나이가 적지 않잖아. 게다가 또 지사 아가씨이기도 하고. 너의 부모님도 빨리 결혼하라 그러지?]
[난 아직 괜찮아!]
나지선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나 사실 너한테 알려줄 거 있는데. 나 어릴 때부터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가 있어.]
[뭐? 이런 일도 있었어? 누군데? 너 좋아해?]
[아…… 아직 잘 몰라. 초등학교 때 잠시 연락하긴 했는데 이미 십몇년이 지나서 나도 지금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
이청하는 연신 놀랐다.
하지만 나지선은 더욱 고민스러운 표정이었다.
이청하는 나지선이 약혼자의 현재 상황을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절친의 남자를 뻇을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자신의 내면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건우와 같은 남자는 마치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독약 같다. 접촉하기만 하면 중독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깊어져 헤어날 수 없다.
이야기를 나눈 후 나지선은 마음이 심란해졌다. 특히 옆방에서 자는 임건우를 생각하면 더욱 뒤죽박죽이 되였다. 결국 피곤하다는 핑계로 이청하와 굿나잇 인사를 하고 끊었다.
바로 이때 그녀의 방문에서 경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응?”
나지선은 멍하니 방문을 바라보았다.
문손잡이가 약간 돌아가는 것을 발견했다.
“이건…….”
나지선은 임건우가 방문을 돌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줄곧 방문을 잠그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목욕을 할 때도 문을 잠그지 않았다. 임건우를 믿어서인지 아니면 어떤 상황이 발생하기를 기대해서인지는 오직 하늘만이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지금, 임건우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한밤중에 몰래 그녀의 방에 들어가는 것을 본 나지선은 심장이 곧 튀어나올 것 같았다.
‘막아야 하는 걸까?’
결국 그녀는 불도 끄지 않고 바로 누워 자는 척 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