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신의 탁무범이 온다 해도 어쩔 방도가 없었다.
그러나 신의 탁무범은 정말로 왔다. 나지선의 일을 들은 이청하는 탁무범과 함께 중해에 가려고 했다. 멀리 강주에 있었고 게다가 최근 탁무범에게 대량의 의학 지식을 보충받고 있는 터라 외부의 뉴스에 관해 관심이 없었다. 할아버지 이흥방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중해는 경주 시에서 멀지 않다.
임건우는 나지선의 구조 전화를 받았다.
[건우 씨, 청하가 사고 얘기를 들었는지 중해로 온대요. 약혼자와도 얽혀있은 사건인데 아직 청하는 약혼자가 건우 씨인 거 몰라요. 어떻게 말해야 하죠?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실수로 그날 밤 일을 말할까 봐 걱정이에요.]
임건우는 깜짝 놀랐다.
“눈치 챙겨야 해. 걔가 알면 너희 우정도 끝난 거야!”
[다 건우 씨 때문이잖아. 그날 나한테 그러지 않았더라면 나도 이렇게까지 난감하지도 않아요. 하마터면 첫날밤도 빼앗길 뻔했고.]
“너!”
[어떻게 확신해요?]
“그때 엄청 조심했잖아.”
[그럼 빨리 와서 말 맞추자. 둘이 다르게 말하면 청하가 눈치챈단 말이에요. 그러면 진짜 끝장이에요!]
임건우는 잠시 고민한 끝에 이내 동의했다.
이청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었다.
가까스로 그로 인해 마음을 조금 열었는데, 만약 자신의 절친이 그녀를 배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틀림없이 상처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건우는 KTX를 타고 중해로 향했다. 가는 도중 나지선과 함께 말을 나누었다.
그러나 대화 내용은 곧 옆자리에 앉은 20대 여성에게 들렸다. 그녀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임건우를 보고 중얼거렸다.
“찌질한 새끼!”
임건우는 난처해졌는지 코만 쓱쓱 문질렀다.
자신의 행위가 확실히 비열해 보였다. 하지만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기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나지선은 결국 정신이 나갔을 것이다.
그 후 임건우는 나지선과 실수를 피면 하기 위해 디테일을 맞추었다. 이때 나지선이 갑자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