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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6장

풀이 죽은 채 익숙하게 낡은 솜옷을 덮는 세민을 보니 윤서도 가슴이 저릿했다. 이 일이 생기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그는 분명 혈기왕성한 젊은이었을 테지만 지금의 몰골로 봐선 나이마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괜찮아요, 제 능력 의심하시는 거 알아요. 근데 전 뭐든 부딪혀봐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약속은 꼭 지키겠습니다. 일단은 개발사에 대해 조사해 보려고요. 내일부턴 여기 못 올 것 같아요, 다른 곳에서 자료를 찾아야 하거든요. 바로 개발사 본사를 찾아내면 좋겠지만요.” 진지한 모습으로 향후 일정에 대해 말하는 윤서를 보고 세민이 다소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저......정말 조사하시게요? 조심하세요, 만만치 않을 겁니다.” 그가 해줄 수 있는 당부는 이것 뿐이었다. 지금 그의 처지가 그 회사의 강압적인 수단을 증명하기엔 충분하니 말이다. 윤서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세요, 이리저리 치이는 신입 같아도 사실 저 믿는 구석은 좀 있거든요.” 윤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세민은 그녀의 품위가 평범한 가정 교육으로 생겨난 게 아니라 여겼다. “네.” 짤막한 한마디에 그는 전부의 믿음을 담았다. 몇 번 마주쳤다고 선한 인상의 기자를 믿으면 안됐지만 지금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인생은 곧 도박이다, 세민은 스스로를 위해 다시 한번 승부를 걸어보려 한다. “그래도 자리는 옮기세요, 여긴 너무 눈에 띄잖아요. 개발사에서 찾아오지 않는다 해도 배연 그룹에선 세민 씨가 여기서 노숙하는 걸 가만 두지 않을 거예요. 주위 환경에 주는 영향도 그닥 좋지 않고요.” 고심하던 윤서가 건넨 조언이다. 세민은 고개를 푹 떨궜다. “노숙하기 싫어도 어쩔 수가 없어요, 집도 없고 직장도 잃었는데 어딜 갑니까.” 쓴웃음을 짓는 그의 얼굴엔 지금의 처지에 대한 조롱이 가득했다. 윤서는 세민이 이런 강추위에 해진 솜옷을 덮고 이 곳에서 잠을 청하는 걸 더는 못 봐주겠다. “괜찮다면 제가 먼저 일자리 마련해 드릴게요. 능력이나 학력이 어느 정도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식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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