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42장

하지만 성호는 안다. 눈앞에 있는 젊은 남자의 최대 약점은, 이 으리으리한 빌딩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가족이라는 걸. 업계에서의 결단력 있고 단호한 성격과는 정반대라는 것도 말이다. “배 사장이 협조를 안 해주면 나도 어쩔 수 없지. 궁금하네, 자네 부모님과 두 어르신들이 이걸 알면 어떻게 하실지.” 지성의 얼굴이 일순 이지러졌다. 절 향한 그 누구의 도발도 감내할 수 있지만 유독 가족을 끌어들이는 건 참을 수가 없다. 성호에게 이 정도 능력이 있을 줄도 몰랐다, 그동안 내내 감춰왔던 가족들까지 찾아냈다니. 업계를 통틀어서도 지성의 진짜 가족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하여 그들은 이렇듯 젊은 그가 거대한 가문을 등에 업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제가 선생님을 너무 쉽게 봤네요.” 지성의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걸려있었지만 눈가를 가득 메운 분노는 가리려야 가릴 수가 없었다.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성호도 쉽게 고개를 숙일 리 없다. 그가 억지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지, 난 배 사장이 거절하기 전에 내 제안을 신중히 고려했으면 하네.” “그건 아십니까, 말하기 전에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걸요. 모르겠으면 따님한테 물어보시죠, 윤서 씨가 그 점은 정말 잘합니다.” 지성이 무감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죽는 게 두렵지 않으면 내 가족한테도 연락해 보시고요.” 말을 끝낸 지성은 비서를 불러 성호를 내보내게 했다. 그가 문 앞에 다다르기도 전에 지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 사람 아닌 건 들이지 마.” 굴욕을 당한 성호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그의 선택이다. 목적에 달성하려면 모욕도 감내해야지. 지성의 약점은 그 누구도 건드려선 안되는 것인 걸 알지만, 성호는 꼭 그들에게 연락해야겠다. 아니면 무슨 수로 그의 목표를 이루나? 나주 그룹 현 상황은 그에게 망설일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배연 그룹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나씨 집안은 정말 그의 손에서 몰락할지도 모른다. 이젠 아들까지 생긴 마당에 자식을 위해 앞길은 마련해 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