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해서가 아니라 격분에 차 있는 민서희는 두 눈이 붉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박지환에게 물었다.
“우리한테 특별 대우를 해달라는 건 아니지만 그게 뭐가 됐든 상황 설명은 필요한 거 아니에요?”
“박지환 씨, 당신이 날 외딴곳에 두 달 동안 내버려두고 호씨 약업의 외동딸하고 결혼식을 치른다고 했는데 이거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줘야 되지 않나요?”
호진은이 이마를 찌푸리고 말을 건네려고 했다.
“호진은 씨!”
민서희는 대뜸 말을 내뱉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건 우리 둘 사이의 일이에요. 경찰에 신고해 봤자 연인 사이의 분쟁으로 여길 것이고 지금 이 민감한 시기에 일을 크게 벌리고 싶지 않겠죠?”
호진은은 불쾌한 듯 입술을 오므리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는 박지환은 그림자로 민서희를 전체적으로 감싸고 있었다.
“무슨 얘기 하고 싶은 건데? 임신한 걸로 일을 키우려는 계획이면 접어 두는 게 좋을 거야. 아기는 필요 없으니까 네가 가져가서 키워도 돼.”
“나쁜 자식.”
경호원들에게 잡혀 꿈쩍할 수 없는 고우성은 박지환을 두들겨 패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게 사람으로서 할 말이야!”
민서희는 눈을 감았다 뜨며 차분하게 숨을 내쉬었다.
“단두이 얘기하고 싶어요. 그 누구도 옆에 없이 우리 둘만이요.”
박지환은 표정이 언짢아졌고 민서희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안 그러면 여기에서 꿋꿋이 버티고 있을 거예요. 혹은 우리 세 사람이 같이 밥 먹으러 가도 되고요.”
호진은은 썩소를 지었다.
“민서희 씨, 참 뻔뻔스럽네요.”
“서로 비슷한 거 아닌가요!”
불만을 억누르고 있는 박지환은 고개를 돌려 부드러운 눈빛을 보내며 호진은의 팔을 툭툭 건드렸다.
“조금만 기다려 줘. 오늘 제대로 끝내려면 잘 설명을 해야 될 것 같아서 그래.”
호진은은 그의 말에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 또한 자신의 미래에 자신감이 넘쳐 고개를 끄덕거렸다.
박지환은 가느다란 민서희의 손을 잡고 곧장 회사 앞으로 나갔고 성큼성큼 크게 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