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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3장

손가락을 더 꽉 조이려던 기모진은 소만리의 말에 힘이 빠졌다. 그는 눈물이 차올라 흐려진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정신이 아득해졌다. 소만리의 눈물이 그의 손등에 떨어졌고 그 온기가 기모진의 피부에 스며들어 가슴속까지 닿아 뜨겁게 이글거리는 느낌에 그는 번뜩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날 더 이상 당신의 죽은 남편으로 생각하지 마.” 기모진은 냉랭하게 말하며 꽉 조여있던 손을 풀었다. “콜록콜록.” 풀려나자 소만리는 괴로운 듯 숨을 가쁘게 쉬었다. 그녀가 목이 졸려 아파하고 있어도 그의 눈빛은 무정하고 차가워서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만리는 여전히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말했다. “지금 당신이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은 강연 맞죠? 내 아이에게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나도 그녀에게 똑같은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 기모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하는 소만리를 못마땅한 듯 바라보다가 나직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어쩔 건데?” 그는 눈 밑에 온통 경멸하는 표정을 실어 말했다. 소만리는 강렬한 눈빛으로 말했다. “당신 한 번 두고 봐.” 그녀는 짧고 강렬하게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바로 가려고 했다. 기모진은 그녀를 다시 그의 품으로 잡아당겼고 그 남자 특유의 숨결이 그녀를 뒤덮었다. “당신, 마음대로 여기를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 “왜? 나까지 해치우고 싶어?” 소만리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기모진이 또 완력을 쓰려나 싶었는데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만지며 말했다. “내가 하려는 일을 당신이 도와줘야 해. 당신이 만약 할 수 있으면 바로 당신을 보내줄게.” 그의 말투는 매우 거칠었지만 눈빛은 오히려 매우 진지했다. 소만리는 차갑게 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을 돕는다는 건 강연 그 미친 여자를 도와 그런 불명예스러운 일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난 그런 짓은 하지 않아.” “허어.” 기모진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뭘 원하는 줄 알고?” 그는 낮은 목소리로 얇은 입술을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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