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8장

“그건 안 돼요. 이번에는 평소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가 괜히 일 망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장민호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문진섭은 사실 농담 삼아 한 말이었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지금 회장님 아주 심각해요. 계속 저렇게 잠을 못 주무시다간 정말 큰일 날 거라고요. 아까 의사 두 분과 얘기를 나눴는데 회장님 지금 건강 상태는 몇 달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나빠지셨대요.” “그럴 리가요? 두 분 결혼한 이후로 거의 불면증은 겪지 않으셨는데... 게다가 출장을 가서도 두세 시간씩은 주무셨단 말이에요. 근데 왜 갑자기 저렇게 된 걸까요?” 장민호는 믿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 회장님께서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도 전신 검사를 받으셨는데, 당시 건강 상태는 몇 년 중 가장 좋다고 나왔거든요. 그런데 오늘 보니 그때보다 훨씬 나빠졌어요. 회장님이 깨어나시면 병원에 가 보시라고 꼭 설득해야 할 것 같아요.” 문진섭이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장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ㅡㅡ 서하윤은 위층으로 올라와 안방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차은우는 닝겔을 꽂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지난번에 칼에 찔려 병원에 실려 갔을 때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 그때도 그의 눈빛에는 살기와 위엄이 가득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 의식을 잃은 채 호흡도 고르지 못하고 약해 서하윤은 그가 언제든지 그녀를 떠날 것 같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녀는 침대 곁에 조용히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깊이 잠든 상태에서도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예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이 든 순간에도 긴장을 풀지 않은 채 오히려 더 방어적이었다. 최금주의 말이 맞았다. 차은우는 항상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야 했기에 자기를 지키기 위해 늘 철벽을 쌓으며 살아왔다.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을 원하지 않는 아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차은우는 그런 사랑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다. 서하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