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4장

성지현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화가 치밀어 올라 하정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정희는 뭔가를 하고 있었는지 숨을 헐떡이며 전화를 받았다. "이 시간에 웬일이야?" 하정희의 말투에는 짜증 섞여 있었다. 하지만 성지현은 지금이 몇 시인지, 상대방이 바쁜지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화를 참지 못하고 따져 물었다. “은우가 저한테 얼마나 냉정한지 알아요? 게다가 나한테 서하윤 앞에서 위 관계를 해명하라니, 지금 차은우 서하윤 엄청 신경 쓰고 있다고요! 이게 다 뭐예요? 세명시로 돌아오면 차은우가 서하윤을 싫어하고 날 좋아할 거라고 했잖아요! 지금 설마 저 갖고 노신 거예요?” 성지현은 반지를 찾기 위해 가방을 뒤지며 말했다. “뭘 갖고 놀아? 널 갖고 놀면 나한테 득이 될까? 내 말 못 믿겠으면 그 반지 당장 돌려줘!” 하정희도 화가 난 듯 대답했다. 하지만 이때 성지현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반지가 없어요! 반지... 반지가 별장을 떠날 때 실수로 떨어진 것 같아요! 별장 안에서 떨어졌는지 아니면 밖에서 떨어졌는지 모르겠어요!" "뭐? 떨어졌다고? 반지 어디다 둔 거야? 어떻게 떨어뜨릴 수 있어? 잘 찾아봐. 만약 서하윤이 그걸 손에 넣으면 넌 앞으로 차은우와 엮일 가능성조차 없을 거야!" 하정희의 목소리는 더욱 다급해졌다. 전화기 너머에서 격렬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고 하정희는 침대에 있던 누군가를 밀어내며 말했다. "너 먼저 가." 성지현은 온통 반지 찾는 데 정신이 팔려서 하정희 쪽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겉으로는 반지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반지에 의지하고 있었다. 반지가 있으면 서하윤 앞에서 자신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다. 가방 속 물건을 죄다 쏟아내어 뒤졌지만 반지는 나오지 않았다. 성지현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반지가 어디에 떨어졌는지 모르겠어요. 서하윤이 있어서 반지를 잠깐 가방 안에 넣어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떨어질 리가 없어요. 차에 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