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설준호 씨?”
최소아는 낯익은 목소리를 듣고 문 쪽으로 걸어 나왔다가, 깔끔하고 단정한 얼굴을 보자 잠시 멈춰 섰다.
“하버시아가 덥다 해서요. 스승님께 배워서 직접 단팥죽 끓여왔어요. 따뜻할 때 먹어야 해요.”
“그리고 이 인형.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말레나에서 어렵게 구해왔어요. 전 세계에 몇 개 없대요.”
뒤에 서 있던 강진혁의 관자놀이가 파르르 떨렸다.
억눌린 질투와 불편한 기색이 눈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설준호가 자신을 완전히 무시한 채, 자연스럽게 최소아에게만 말을 건네는 모습.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친근한 분위기.
그 모든 장면은 강진혁의 시야를 찌르는 가시처럼 박혔다.
그는 분명 최소아가 자신을 떠난 뒤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랐지만 정작 그 행복이 눈앞에 실제로 드러나자, 참기 힘들 만큼 가슴이 저릿하게 아팠다.
설준호가 건네는 사소한 배려들은 모두 예전에 최소아가 그에게 해주던 것들이었다.
오랜만에 재회한 연인들처럼, 만나자마자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그 자연스러움이 유난히 낯설고, 또 유난히 잔인했다.
강진혁은 믿고 싶지 않았다. 최소아가 이렇게 빠르게 다른 사람을 마음에 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닥친 아픔, 뒤틀린 원망, 무너졌던 사랑 그 모든 것이 마치 한 세대쯤 지난 일처럼 멀어져 버린 듯했다.
지금 두 사람은 죽음과 이별, 과거의 상처, 유지아 문제, 잃어버린 아이까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세 사람의 거리는 고작 다섯 걸음.
그러나 그 사이엔 결코 메울 수 없는 깊은 틈이 있었다.
“이 분은...?”
설준호는 한참이나 말을 이어가다가, 이제야 강진혁을 ‘발견한’ 듯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공손한 미소를 지었다.
“제 전남편이에요. 프로젝트로 엮인 적은 없지만, 얼굴은 본 적 있을 거예요.”
강진혁의 심장이 순간 멎은 듯했다. 말이 목구멍에서 걸려 나오지 않았다.
“며칠 동안 아주머니 일 때문에 고생 많으셨다면서요. 소아 씨가 많이 힘들게 했을 텐데 강진혁 씨가 너그럽게 봐주세요.”
강진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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