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의사가 꼬박 한 시간을 매달려서야 진서연의 절개선을 다시 꿰맸다.
살은 바늘로 붙였지만 짓밟히고 밟힌 마음은 도무지 꿰맬 길이 없었다.
진서연은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는 몸이 조금이라도 회복되면 여기서 벗어나자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주예린이 경호원들을 데리고 또 들이닥쳤다.
“형님, 저한테 화내는 건 괜찮아도 아기는 굶기면 안 되잖아요. 현준 오빠가 붙여 준 전문가예요. 형님의 유선이 막힌 거 풀어 드리게 하려고요.”
진서연이 호출 버튼을 누르려 하자, 주예린이 손을 쳐냈다.
“다 아기를 위해서잖아요. 그러니 형님은 좀 참아요. 여자 마사지사는 힘이 약해요. 남자가 더 힘이 세니까 금방 뚫릴 거예요. 남자가 입으로 빨아주면 곧 유선도 통할 거고, 그러면 아기도 젖을 먹을 수 있을 겁니다.”
뒤로 물러선 주예린은 진서연의 가슴을 짚으면서 훑어보았고 남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미터는 돼 보이는 사내가 한 걸음씩 다가오자 진서연은 온몸이 얼어붙었다.
“이현준, 다른 남자한테 이런 짓을 시켜? 평생 널 용서 안 할 거야!”
목이 갈라지도록 외쳤지만, 돌아온 건 옷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찾아온 치욕의 통증, 그리고 주예린의 비웃음이었다.
“형님을 위해서라니까요. 나중에 저한테 고마워할걸요? 순결한 척 그만해요. 큰일을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아기도 낳은 몸인데 전문가 아저씨도 찝찝하다는 소리를 안 하는데... 형님이 오히려 왜 그러세요.”
주예린은 휴대폰을 들이대고 노골적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영상은 현준 오빠한테 보내 줄게요. 그러면 현준 오빠가 형님을 더럽다고 여길지... 그건 아무도 모르겠죠?”
병실에 퍼지는 웃음소리가 사무쳤다.
진서연은 마취 기운이 덜 빠졌기에 몸에 힘이 없었고, 저항은 무력했다. 진서연은 그저 눈물만 끊임없이 흘렀다. 수치, 분노, 후회가 모여 끝내 한 덩어리의 증오가 되었다.
진서연은 주예린을 미워했고 이현준을 더더욱 미워했다. 남편이라는 사람은 언제나 다른 여자의 편을 들었다.
‘이 일주일만 넘기자. 반드시 복수할 거야.’
진서연의 가슴에 날카로운 통증이 치밀었고 옆에서 주예린이 전화를 걸었다.
“현준 오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부른 사람이 형님의 막힌 유선을 풀어 드리고 있어요. 혹시 불안하면 찍어 둔 영상이라도 보내 드릴까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진서연은 속으로 자신을 한없이 비웃었다.
처음부터 이현준은 주예린이 하는 짓을 알고 있었고 진서연이 느끼는 감정은 아예 계산에 없었다.
‘이번에는 아기를 빼앗아 가고... 다음은 또 뭘까? 주예린이 원하면 이현준은 나의 목숨까지도 내줄까?’
통증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진서연은 바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병실에는 주예린의 비명이 가득했다. 주예린은 진서연을 가리키며 자기 아기를 훔쳤다고 소리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현준이 회사에서 황급히 들이닥쳤다. 눈을 치켜뜨고 명령하듯 쏟아냈다.
“서연아, 당장 아기를 찾아와. 네가 산후조리를 끝내면 아기를 하나 더 만들어 준다 그랬지? 뭐가 그리 급한 거야?”
그 말에 진서연은 눈물도 나오지 않았고 그저 헛웃음만 지었다.
“지금 내가 아기를 훔쳤다는 거야? 수술을 한 지 24시간도 안 됐고, 상처가 터져 다시 꿰맨 사람이 중환자실에 몰래 들어가 아기를 빼냈다고? 현준아, 넌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네.”
말문이 막힌 이현준이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주예린을 한번 보더니, 더 단단한 목소리로 밀어붙였다.
“너 말고 누가 아기를 데려가겠어. 무슨 수를 썼든, 누구를 시켰든, 한 시간 안에 아기를 데려와. 안 그러면 방금 유선을 푼 영상을 오진시에 퍼뜨릴 거야. 서연아, 내가 그런 짓을 하게 몰아붙이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