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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이현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쪽에서 얼마를 받았어? 내가 두 배로 줄게. 진서연과 주예린을 다 무사히 돌려보내.” 그러자 납치범은 비웃었다. “이 대표, 우리가 사람을 잡았으면 돈 때문에 말을 바꾸지는 않아. 누구를 살릴지나 잘 생각해. 10초까지만 셀게. 10... 9... 8...” 그러자 이현준은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둘 다 이현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여자였기에 섣불리 선택할 수 없었다. 누구 하나 잘못되면 이현준은 아마 평생 후회할 것이다. “자극이 부족했나 보네.” 납치범이 손짓하자 사람들이 진서연과 주예린을 끌어냈다. 두 여자의 얼굴에는 멍이 들었고, 들것에 실려 들어온 걸 봐서는 주예린 쪽이 더 심했다. “감히 손을 댔어?” 이현준이 이를 갈며 물었다. 이현준은 오진에서 원한을 산 일이 많았기에, 배후가 누구인지 단번에 떠오르지는 않았다. 다만 두 여자가 모두 다쳤다는 사실만이 이현준의 눈앞을 시뻘겋게 만들었다. “마음이 아픈 거야?” 납치범이 히죽 웃더니 손을 내저었다. 부하들이 진서연과 주예린의 뺨을 몇 차례 세차게 후려치고 찬물을 얼굴에 들이부었다. 그제야 주예린이 눈을 떴고 이현준을 보자 급히 소리쳤다. “현준 오빠, 저는 신경 쓰지 말고 형님부터 구해요. 형님은 막 출산하셔서 아직 기력이 부족해요. 먼저 형님을 구하세요!” 이현준은 차갑게 빛나는 진서연의 눈을 바라보다가 결정을 내렸다. “서연아, 우리 집은 예린에게 진 빚이 너무 커. 내가 네 남편이지만 그 빚을 모르는 체할 수는 없어. 예린이를 먼저 구하고 곧바로 널 구하러 올게.” “주예린부터 풀어.” 이현준의 목소리가 낮고 단단하게 떨어졌다. 그러자 납치범이 웃으면서 말했다. “결단 하나는 빠르네. 주예린을 고른 거지? 이 대표는 참 의리 있는 사람이야. 그럼 이씨 가문 사모님의 목숨은 우리가 가져갈게.” 사람들이 재빨리 움직였고 주예린을 풀어 주는 동시에 진서연을 끌고 가려 했다. 이현준은 진서연 쪽을 노려보면서도 팔로 주예린을 단단히 감싸며 보호했다. 이현준은 납치를 여러 번 겪어 봤다. 지금은 풀어 준다고 말해도 납치범들은 언제든 말을 바꿀 수 있다. 진서연이 이미 끌려 나간 이상, 주예린만큼은 지켜야 했다. “서연아, 조금만 기다려. 바로 구하러 갈게!” 하지만 진서연은 그 말을 한 줌도 믿지 않았다. 죽고 사는 갈림길에서조차 이현준은 다른 사람을 선택했다. 다행인 건, 진서연은 처음 눈을 떴을 때, 자신과 주예린이 함께 묶여 있다는 걸 본 순간 이미 마음의 각오를 세웠다. 그래서 진서연은 더 이상 마음이 아프지도 않았다. 이제는 상처받을 마음도 남지 않았다. 눈가리개가 벗겨지기도 전에, 뺨에 불이 번지는 듯한 통증이 연달아 박혔다. 진서연은 이내 트렁크로 거칠게 던져졌다. 진서연이 저항하지 못하자 납치범들은 경계를 풀었다. “아까 그 사람이 이현준이었지? 큰일 날 뻔했네. 우리가 감히 이현준의 여자를...” “근데 봐봐. 무사하잖아. 역시 예린 씨의 말대로였어. 주예린 씨만 끼면 이현준은 원래의 날카로움을 잃는다니까.” “속도 올려. 주예린 씨가 말했어. 공해에서 처리하라고. 질질 끌면 일이 귀찮아진대. 빨리 끝내야 우리도 돈을 받지.” “저 여자도 참 딱하네. 막 애를 낳았다던데... 남편한테도 미움받고. 참...” “말조심해. 주예린 씨의 귀에 들어가면 돈을 쓰기도 전에 죽을 수 있어.” 그러자 차 안이 잠시 고요해졌다. 진서연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전혀 놀라지 않았다. 모두 주예린다운 음모였다. ‘공해라니. 오빠, 난 아마 오빠를 못 볼 것 같아.’ 진서연은 눈을 감고, 다가오는 생의 마감을 묵묵히 받아들이려 했다. 그때, 차 밑에서 굉음이 터졌다. 이어서 거친 충격이 몇 차례 몸을 흔들었다. 브레이크 소리가 울리며 차가 멈췄다. 그러자 운전석 쪽에서 욕설이 튀어나오더니, 곧 소리가 뚝 끊겼다. 그 다음 순간, 트렁크가 벌컥 열렸고 진서연은 겨우 눈을 떴다. 시야가 흐리게 맺히다가 상대방의 얼굴을 알아보는 순간 진서연은 눈물이 터졌다. “오빠... 날 구하러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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