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윈소성 하남에 작은 민박집.
여민수가 도착했을 때 강우희는 마침 외출해 물건을 사러 나간 상태였고 이웃이 친절하게 그를 뒷마당으로 안내하며 잠시 쉬도록 배려했다.
마당에는 매미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고 그는 해먹에 몸을 뉘인 채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서 낯설면서도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담벼락에는 강우희가 가장 좋아하는 손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발밑에는 그녀가 사랑하는 꽃들이 가득 심겨 있었으며 공기 중에는 그녀가 즐기는 술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수많은 추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연애하던 시절 강우희는 마음속에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꽃과 나무, 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작은 집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강우희가 그 모든 것을 민박집에 그대로 재현해 놓았으니 이는 그녀가 그에게 여전히 깊은 애정을 품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의 심장은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극도의 초조함이 몰려왔다. 한 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그는 마침내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사람을 마주했다.
“손님?”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여민수의 심장은 멎는 듯했고 온몸은 쇠판처럼 굳어버렸다.
“우...희...”
그는 쉰 목소리로 힘겹게 몸을 돌렸고 눈가는 순식간에 시큰거려 참을 수 없었다.
거의 6개월 만에 보는 강우희의 안색은 많이 회복된 듯했고 전체적으로 털털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풍겼다.
강우희는 그를 보자 잠시 멈칫했지만 곧 평정을 되찾았고 마치 그가 평범한 여행객인 것처럼 담담하게 대했다.
여민수의 눈에는 실망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다급하게 달려와 그녀의 손을 잡으려 하며 당황한 어조로 말했다.
“우희야, 우리는 이렇게 서먹하게 지내야만 하는 거야?”
이는 추궁이자 애원이었다. 그의 시야는 점점 붉게 물들었고 과거의 과오가 다시금 되살아났다.
“여민수 씨, 저희는 이미 이혼했어요.”
술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강우희의 말에는 날카로운 냉기가 가시지 않았다.
그 냉기는 마치 얼음 칼날처럼 여민수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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