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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친부모

재율 그룹 계열사 건물 위. 헬리콥터 한 대가 굉음을 내며 천천히 헬리패드 위에 착륙했다. 잠시 후, 시동이 꺼지자 문이 스르르 열리고 곧바로 한 여성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뒤이어 여성의 비서도 따라 나왔다. “오셨습니까, 아가씨.” 정장 차림의 남성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먼저 인사를 건넸다. “장시간의 비행으로 피곤하셨을 텐데 먼저 식사부터 하시겠습니까?” “아니요. 사무실로 가죠.” 권해나의 입에서 냉랭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절로 감탄이 튀어나올 만큼의 예쁜 얼굴과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한 눈빛, 누가 봐도 평생을 떠받들려 온 부잣집 딸이었다. 하지만 이런 그녀는 사실 최고 명문가인 권씨 가문이 보육원에서 입양한 아이로 그 가문의 친자가 아니었다. 권해나는 권씨 가문에 입양되기 전에도 이미 몇 번을 입양 당했다가 또 파양 당했다. 파양 당한 이유는 그녀가 말을 못 했기 때문이다.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온 그녀는 몇 번씩이나 입양 당했다는 것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당하고 심지어는 맞기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우연히 권해나가 권씨 가문의 사모님을 구해주게 되었다. 사모님과 그 남편은 그 일로 권해나를 입양했고 권해나는 그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또래 아이들이 신나서 뛰어놀 때도 열심히 공부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공부 외에도 각종 능력을 키워나갔다. 그 기저에는 아마 권씨 부부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 외에 이번에도 또 버려지게 될까 봐 두려운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다행인 건 권씨 부부는 그녀를 진심으로 예뻐해 주었고 그녀의 성장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었다. 그리고 1년 전, 직접 나서서 권해나의 친부모를 찾아주기도 했다. 권해나가 서강시로 온 건 단지 계열사의 발전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자신의 친부모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무실. “물건들은 다 준비됐습니까?” 권해나가 물었다. “네, 아가씨. 지금 바로 차 대기시키라고 할까요?” 그녀의 말에 비서가 얼른 옆으로 다가왔다. “일단은 먼저 씻어야 해야겠어요. 그러고 나서 출발하죠.” “네, 알겠습니다.” 샤워를 마친 권해나는 새 옷으로 갈아입은 후 의자에 앉았다. 책상 위를 보니 비서가 회사에 관한 모든 자료를 다 정리해 놓은 것이 보였다. “서임 그룹?” 프로젝트 관련 자료에 적힌 익숙한 이름이 그녀의 눈길을 끓었다. 서임 그룹은 그녀의 친부모가 운영하는 회사였다. 자료를 훑어보니 협력을 원하는 듯했다. 임씨 가문은 명문 가문이기는 하나 권씨 가문에 비해서는 소가문이었다. 게다가 작년에는 회사 상황이 나빠져 파산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자신의 친부모가 누군지 알게 된 권해나는 그 사실을 전해 듣고 권씨 부부의 지지 아래 임씨 가문 사업에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을 해주었다. 물론 임씨 부부에게는 알리지 않고 말이다. 그 후 임씨 가문은 위기를 극복해 냈을 뿐만이 아니라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서강시의 5대 명문 가문 중 하나로 급성장하기까지 했다. 사실 권해나는 조금 더 빨리 친부모를 만나고 싶었지만 당시 중요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어 시간이 나지 않아 결국 만남을 일 년 뒤로 미뤄버렸다. 권해나는 프로젝트 자료를 훑어본 후 다시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서임 그룹의 현 상황으로는 협업이 어려웠다. 흔쾌히 계약을 체결해 줄 수 있을 정도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권해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본부장더러 사인하게 하라며 비서에게 얘기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회사에서 나와 임씨 부부가 살고 있는 저택으로 향했다. 운전할 차량을 고를 때 그녀는 회사 차 중에서도 가격이 제일 대중적인 차량을 골랐다. 임씨 가문은 권씨 가문과 비교하면 매우 작은 가문이었기에 굳이 비싼 차를 끌고 가 불필요한 거리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 임씨 저택. 서강시의 5대 명문 가문 중 하나라 그런지 외관이 무척 화려했다. 특히 오늘은 임하늘이 시 피아노 콩쿠르에서 금상을 타 전국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하게 된 경사스러운 날이라 장식 같은 것들이 유독 더 화려했다. 거실 안. “하늘아, 네가 최고야. 정말 대단해!” 채진숙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딸을 칭찬했다. 이에 임하늘은 쑥스러운 듯 볼을 빨갛게 물들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세 울적한 얼굴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딸, 왜 그래?” 채진숙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임수찬도 동생이 걱정됐는지 케이크를 먹고 있던 손을 우뚝 멈추며 임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게...” 임하늘이 머뭇거리며 운을 뗐다. “곧 이 집으로 돌아오게 될 언니가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돼서요. 그간 제가 언니 자리를 빼앗은 거나 다름없으니까요...” 눈물을 살짝 글썽이는 그녀의 모습에 채진숙과 임수찬은 가슴이 다 찢기는 것 같았다. “하늘아, 걱정하지 마. 누가 뭐라고 해도 너는 내 딸이야. 네 언니가 혹시라도 너를 질투하면 그때는 엄마가 한 소리 할게. 절대 너를 속상하게 안 해.” 임하늘은 그녀의 말에 감동한 듯한 눈빛을 보냈다. 그때 임무원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위층에서 내려왔다. “여보, 세한 그룹이 우리 회사와 계약을 하겠대!” “어머, 그게 정말이에요?” 채진숙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리에 벌떡 일어났다. “그래! 내일 정식으로 얘기를 나누자고 방금 나한테 연락이 왔어. 이 정도면 계약을 따낸 거나 다름없지!” “역시 무사히 체결될 줄 알았어요!” 임하늘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하늘이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임무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소파로 다가왔다. 임하늘은 아차 하는 얼굴로 입을 가렸다가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다는 듯 금방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아빠한테 힘이 되고 싶어서 얼마 전에 세한 그룹의 대표님을 직접 찾아뵀었거든요.” “세상에, 하늘이 네가 부탁한 거였어? 너는 정말 우리 집의 복덩이가 따로 없어. 작년에 회사가 하마터면 파산할 뻔했을 때도 네가 투자자들을 끌어다 줬잖아. 잘했어. 아주 잘했어!” 채진숙이 뿌듯한 얼굴로 임하늘을 와락 끌어안았다. “가족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요.” 임하늘은 그렇게 말하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또 금방 풀 죽은 얼굴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무래도 저는 당분간 나가서 사는 게 좋겠어요. 언니가 저를 보면 분명 기분 나빠할 거예요. 저는 저 때문에 집안에 분란이 생기는 거... 원치 않아요.” “절대 안 돼!” 세 명이 동시에 외쳤다. “하늘아, 나는 항상 너를 내 친동생이라고 여기며 살았어.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애보다 네가 더 소중하다고!” 임수찬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리고 채진숙 역시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래, 하늘아. 그냥 딸이 한 명 더 생기는 것뿐이지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네가 이 집에서 나갈 필요는 없다는 소리야.” “그래, 그런 말은 두 번 다시 하지 마.” 임무원이 엄숙한 말투로 얘기했다. 임하늘은 그들이 애지중지하며 키워온 딸이라 어릴 때부터 다재다능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가문을 도와 세한 그룹과의 계약도 성사하게 해줬으니 그녀를 버리는 듯한 행동은 절대 할 수 없었다. ‘우리 친딸이 어떤 애인지는 아직 몰라도 하늘이보다 뭘 잘하지는 않을 거야.’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도우미가 다가와 임무원을 향해 말했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문이 스르르 열리고 권해나가 역광을 받으며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권해나는 흰색 티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대학생 느낌이 물씬 풍기는 분위기에 얼굴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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