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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미묘한 분위기

채진숙과 임무원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변했다. 권해나가 선물한 것들이 가짜라고 생각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래, 부잣집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 자랐으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할 만도 하지.’ 채진숙은 옅게 웃으며 권해나의 손을 잡았다. “해나가 우리를 위해 뭘 사 왔다는 게 중요하지. 점심 준비 다 됐으니까 일단 밥부터 먹자.” 권해나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아챘지만 별다른 해명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말해봤자 믿지 않을 게 분명했으니까. 임수찬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실망한 얼굴이었다가 선물이 가짜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금방 경멸의 눈빛으로 권해나를 바라보았다. ‘가짜를 받을 바에는 차라리 안 받는 게 낫지.’ ...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을 본 채진숙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부엌에 회와 게를 준비하라는 지시는 내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언니가 돌아온 걸 환영하는 뜻으로 엄마랑 아빠가 맛있는 거 엄청 많이 준비해 주셨어요.” 임하늘은 그렇게 말하며 게 한 마리를 통째로 권해나의 접시 위에 내려놓았다. 권해나는 접시 옆에 놓인 게살 손질 도구를 슬쩍 보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건 어떻게 사용해야 하죠?” 그녀의 한마디에 분위기가 갑자기 확 차가워졌다. “내가 가르쳐 줄게요, 언니.” 임하늘은 예쁘게 웃으며 게살을 어떻게 바르는지 하나하나 가르쳐주었다. 권해나는 그녀가 하는 것을 따라 하며 금방 게살을 바를 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영 귀찮은지 얼마 안 먹고 금방 조용히 내려놓았다. 이제까지는 딸바보인 권씨 부부 덕에 늘 다 발라져 있는 게살만 먹어와서 직접 바를 일이 없었다. 하지만 임씨 부부는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고 당연하게도 매우 실망한 얼굴로 권해나를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수준 차이가 너무 많이 났기 때문이다. 만약 이대로 사람들에게 권해나가 친딸이라고 소개했다가는 망신을 당할 게 분명했다. “언니, 이것도 먹어봐요.” 임하늘은 꼭 하녀처럼 권해나에게 열심히 음식을 집어주었다. “하늘아, 그만해. 쟤도 손 있어.” 임수찬이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한마디 했지만 임하늘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오빠. 난 괜찮아. 나는 언니가 하루라도 빨리 우리 집에 녹아들었으면 좋겠어. 가족이잖아.” 임수찬은 마음씨가 태평양 같은 동생의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 ‘애가 철이 들어도 너무 빨리 들었어.’ 권해나는 임하늘이 집어준 음식을 빤히 보더니 아무 말 없이 다른 그릇에 옮겨놓고 옆으로 살짝 밀었다. 그 행동을 본 임하늘은 멈칫하더니 또다시 눈물을 글썽였다. “언니는 정말 내가 싫은 거예요...?” “...해산물을 먹고 난 뒤에 이걸 먹으면 쇼크로 병원에 실려 가요.” 권해나가 담담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채진숙은 권해나의 말에 의외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래도 애가 상식 같은 게 아주 없는 건 아닌가 보네?’ “어머, 어떡해...” 임하늘은 몰랐다는 듯 서둘러 사과했다. “미안해요, 언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그냥 언니한테 뭐든 주고 싶어서... 정말 미안해요. 앞으로는 이런 일 없게 할게요.” “야, 너는 말을 그따위로밖에 못 해? 하늘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임수찬이 화를 내며 말했다.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 뭐가 문제야?” 권해나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뭐야? 그런데 너, 왜 나한테 반말해?” “네가 먼저 반말했잖아.” “그만!” 임무원이 식탁을 쾅 하고 내리쳤다. “좋은 날에 대체 무슨 소란이야? 싸우지 말고 조용히 밥 먹어!”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식사가 끝난 후, 임하늘은 권해나의 곁으로 다가오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언니, 내가 집구경 시켜줄게요.” 권해나는 채진숙 쪽을 한번 쳐다보더니 이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택 안에는 여러 채의 별장이 있었고 앞뒤로 정원도 있었다. 임하늘의 말투만 봐도 집에 대한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훤히 보였다. 한 바퀴 다 돌고 다시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임하늘이 미소를 지으며 권해나를 돌아보았다. “언니, 평민 굴에서 힘들게 살다가 드디어 집으로 오게 된 거 정말 축하해요. 하지만 원래 사람이라는 게 커온 환경에 따라 습성 같은 게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앞으로는 행동 하나하나 조심해 줬으면 좋겠어요. 천박해 보이지 않게.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죠?” 둘만 있게 되자 임하늘은 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알려주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권해나는 그 모습에 화를 내기는커녕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평민을 우습게 아는 것 같은데 그 사람들은 적어도 누구처럼 앞뒤 다르게 굴지는 않아요.” 임하늘은 곧게 마주쳐오는 권해나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압박감을 느끼며 아주 잠깐 움찔했다. ‘뭐, 뭐야... 어릴 때 싸움 좀 한 건가?’ 하지만 이내 자신은 꿀릴 게 없다고 되뇌며 다시 원래 표정으로 돌아왔다. “마음대로 생각해요. 어차피 그쪽이 이 집에서 살게 될 일은 없을 테니까.” 임하늘은 그렇게 말하며 권해나의 손을 잡았다가 바로 다음 순간 마치 밀쳐진 것처럼 땅에 쿵 하고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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