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유시가 되자, 연회가 시작되었다.
“전하 납시옵니다!”
복만이 크게 외쳤다.
문무백관과 왕자, 공주들까지 일제히 꿇어앉았다.
“전하를 뵈옵니다!”
“중전마마를 뵈옵니다!”
덕종은 용포를 입고 금관을 쓴 채 중전과 숙의 정씨를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입장했다.
복만은 호랑이 머리가 새겨진 병부를 담은 황금빛 보자기 상자를 덕종 앞 상에 올려놓았다.
오늘 밤, 문무를 합쳐 진정한 승리를 거머쥔 자에게 이 병부가 내려질 것이다.
그자에게는 ‘진북대원수’의 칭호가 주어질 것이고 서원진과 함께 연제국의 북방 지역까지 나가 전공을 세우게 될 것이다.
당초 조정 대신들 대부분은 이무필이 당연히 병부를 받을 자라 여겼다.
덕종이 이미 대신들과 그 가능성을 논의했기에 세간의 소문도 괜한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세자가 느닷없이 무과 시험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모든 예측이 뒤집혔고, 오늘 밤 문과 시험의 결과 또한 오리무중이 되었다.
“모두 고개 들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복만이 문 쪽을 향해 외쳤다.
“동렵 잔칫상을 오릅니다! 첫 번째 상은 맹호를 잡아 장만한 고기상이옵니다!”
맹호 한 마리는 천오백 근이 넘었으나 가죽 벗기고 내장을 제거한 뒤 남은 고기만 해도 천이백 근이 넘었다.
각 사람에게 여덟 근, 상마다 예순 근이 돌아갔다.
이 한 상이면 따로 반찬 필요 없이 배가 미어터지게 먹을 수 있었다.
상마다 숯불 화로가 두 개 놓였는데 하나는 고기를 데우는 데, 하나는 술을 덥히는 데 쓰였다.
그중에서도 제일 좋은 갈빗대는 덕종 앞으로 올랐다.
덕종은 칼을 들어 고기 한 점을 잘라 입에 넣더니 한참을 씹으면서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국사, 이 짐승 고기 맛이 어떠하오?”
조장훈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인상 썼다.
“전하, 소신은 늙은 뼈다귀라 그런지 씹기가 좀 어렵사옵니다.”
덕종은 그 말에 소리 없이 웃었다.
무과 시험에서 패배한 뒤 꿍한 속을 아직도 풀지 못한 것이 뻔히 보였다.
“오늘 저녁상엔 맹호 고기 말고는 없으니 국사께선 허기진 배를 붙들고 밤을 보내셔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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