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화
연제궁에는 밤새도록 등불이 환히 밝혀지고 대청에는 화려한 비단 옷자락과 가무 소리가 어우러졌다.
이날은 섣달그믐날이자, 강청연이 경성에서 친정을 찾은 특별한 날이었다.
궁 안은 예년보다 훨씬 성대하고 장엄했다.
삼천 기병을 거느린 대장군 구상철도 연회에 참석했으며, 세자 저하 이무열과 진원효 대장군을 모시고 술자리를 함께했다.
구상철은 강청연 곁에 앉아 줄곧 곁눈질을 멈추지 않았다.
‘삼 년 만에 보는구나. 어미를 능가할 만큼 고왔어. 그윽한 란향도 여전하군.’
구상철의 탐욕스러운 시선은 이무열의 눈에도 뻔히 보였다.
이무열은 불쾌함을 억눌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능구렁이 같은 짐승이 드디어 미끼를 문 것에 내심 안도했다.
‘구상철을 베어내고 나면 연제의 병권은 강왕 손에 돌아가겠지. 주상 전하께서도 폐세자 문제를 다시 고려할 수밖에 없을 테고.’
강청연의 얼굴에는 냉담한 기색만이 서려 있었다. 이를 본 이무열은 가만히 입술을 굳히고 나직이 속삭였다.
“부인, 본분을 잊지 마시오.”
“예. 저하. 잘 알고 있습니다.”
강청연은 미묘하게 숨을 내쉬며 술잔을 들었다.
“구 장군, 삼 년 만에 뵙는군요. 그간 무탈하셨습니까?”
강청연이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구상철은 얼른 그 말을 오해했다. 그녀의 문안 인사를 은밀한 신호로 받아들인 그는 껄껄 웃으며 가슴을 두드렸다.
“더없이 건강합니다. 작년엔 새 첩까지 들여, 튼실한 아들도 보았습니다!”
강청연은 억지로 웃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하얗던 얼굴에 금세 붉은 빛이 번졌다.
그 모습을 본 구상철의 눈빛은 더욱 음습해졌고 탐욕이 이글거렸다.
이어 이무열이 다시 술잔을 들었다.
“구 장군, 이번에 주상 전하께서 북정을 평정하라 명하셨소. 부디 힘을 보내어 주오.”
이무열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청했다.
“세자 저하께서 이리 요구하시니 어찌 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소신은 힘이 닿는 만큼 돕겠습니다.”
구상철이 입가에 음흉한 웃음을 머금고 답했다.
‘차라리 세자 저하가 전장에 나가 죽어버리는 편이 나아. 그렇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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