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연제궁은 또 청와궁이라 불리기도 했다.
모든 전각의 지붕이 청기와로 덮인 이곳은 왕실의 위엄과 품격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궁의 뒷산에는, 높이 백 자에 달하는 웅장한 폭포가 있었다.
맑은 물줄기가 허공을 가르며 땅으로 쏟아지고 그 거센 물소리는 연제 도성 절반에서도 들을 수 있을 만큼 우렁찼다.
하지만 이곳은 강씨 왕조의 왕실 식구들만 드나들 수 있는 성역이었다. 백성은 물론이고 문무백관이라 할지라도 허락 없이는 발을 들일 수 없었다.
폭포 아래에는 작은 별궁과 사가가 조성되어 있었다.
여름이면 강왕이 더위를 피하러 찾아오기도 했으나, 겨울이 되어 습하고 찬 기운이 감돌자, 이곳은 오직 소수의 왕실 근위군만이 지키는 적막한 곳이 되었다.
강청연이 이끄는 행렬이 입구에 당도하자, 근위군장이 나와 길을 막았다.
“공주마마, 이곳은 마마님만 출입이 허락되어 있사옵니다. 나머지 일행은 무기를 내려놓고 대기하셔야 하옵니다.”
“김신재는 나를 마차로 데려다 줄 것이었다. 허삼중은 병사들을 이끌고 여기서 대기토록 하라. 오늘은 왕실 식구들이 모이는 자리니, 외부 간섭을 허하지 않겠다.”
강청연이 단호히 이르자, 허삼중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예! 세자빈마마,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문을 통과하자마자, 김신재는 초조한 듯 고삐를 쥐어 잡고 ‘얍!’ 하고 외치며 채찍을 내리쳤다.
말은 놀라 뒷다리를 들며 달려 나갔다.
“급한 것 없느니라. 여기는 산길이다. 천천히 가거라.”
강청연이 말머리를 다독이며 나직이 이르렀다.
“세자빈마마, 소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사옵니다.”
김신재가 짐짓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청이가 궁으로 가 어마마마를 찾아뵙고 동생들과 함께 올 때까지, 또 고기를 준비해 온다면, 그래도 한 시각은 넘게 걸릴 터인데, 그리 조급할 것이 무엇이냐.”
강청연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한 시각은 지금의 두 시간가량이었다. 이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러나 김신재의 눈빛은 달랐다. 그에게는 한순간이라도 강청연 곁을 더 가까이 누리고 싶은 갈망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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