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배찬율의 서재에는 밤새 불이 꺼지지 않았다. 컴퓨터 화면에는 사설탐정이 보내온 최신 보고서가 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허민아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김예은은 삼계탕을 들고 문밖에 서서 안에서 들려오는 그의 한숨 소리를 들으며 손톱이 손바닥에 박히도록 손을 움켜쥐었다.
가정부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이 돌고 있었다. 대표님의 마음속에는 새 안주인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김예은은 침실로 돌아가 서랍 깊숙한 곳에서
위조된 임신 테스트기를 꺼냈다. 아이를 이용해서라도 배찬율의 관심을 되찾아야 했다.
그녀는 처음 엄마가 된 듯한 눈빛과 표정을 완벽하게 흉내 낼 때까지 거울 앞에서 수없이 연습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 자리에서 그녀는 일부러 무심한 척하며 테스트기를 그의 앞에 떨어뜨렸다. 배찬율은 그녀를 한 번 바라본 뒤 고개를 숙여 그것을 보더니 미간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김예은은 서둘러 그것을 주우며 의도적으로 당황한 듯한 목소리를 냈다.
“미안해。 나중에 말하려고 했는데... 오빠, 우리 아이가 생겼어.”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고개를 든 배찬율의 눈에는 기대도 기쁨도 없이 오직 얼음처럼 차가운 혐오만이 서려 있었다.
그는 그것을 집어 들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잠자리를 갖지 않았는데 어떻게 갑자기 임신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의 목소리는 얼음에 담근 듯 차가웠다.
“병원 진료 기록은? 전부 가져와. 내가 직접 확인할게.”
김예은의 미소가 얼굴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나 아직 병원엔 못 갔어. 하지만 테스트기는 정확하잖아...”
“그럼 지금 가.”
배찬율은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눈빛은 차갑기만 했다.
“기사 불러. 30분 뒤에 출발하자.”
그의 말투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었고 한때 허민아를 바라볼 때 늘 웃음이 담겨 있던 그 눈은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모든 거짓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병원 복도에는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의사가 빈 검사지를 들고나와 담담하게 말했다.
“사모님께서는 임신이 아닙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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