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허민아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을 보자 배찬율은 이유 없이 긴장감을 느꼈다. 그녀는 평온한 눈빛으로 그의 맞은편에 앉았고, 그는얼굴이 굳은 채 커피잔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그 차가운 눈을 마주하자, 그는 차마 본론을 꺼내지 못하고 과거의 추억부터 늘어놓기 시작했다.
“기억나? 네가 프로방스의 라벤더를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그 근처에 영지를 샀잖아. 매년 꽃 필 때마다 한 달씩 같이 있으려고.”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네 생일엔 놀이공원 전체를 빌려서 밤하늘에 불꽃으로 네 이름을 새겼잖아...”
허민아가 찻잔을 드는 손을 잠시 멈췄다.
“배찬율.”
그녀는 고개를 들어 얼음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 얘기들이 나랑 무슨 상관이야?”
배찬율의 말이 목에 걸렸다.
“우리는 혼인신고도 없었고 공식적인 연인 관계조차 아니었어.”
그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허민아는 찻잔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잔 바닥이 테이블에 닿으며 작은 소리가 났다.
“그 2년 동안, 넌 그냥 곁에 허민아라는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야. 나를 사랑한 게 아니라. 그때 내 자리에 누가 있었든 상관없었을 거야.”
“아니야!”
배찬율이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으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넌 달랐어! 난 널...”
“달랐다고?”
허민아가 말을 끊으며 아주 옅은 냉소를 지었다.
“약에 취한 상태에서 나와 잠자리를 가지고, 그걸로 나를 곁에 붙잡아 둔 거잖아?”
그 말은 독이 묻은 얼음송곳처럼 배찬율의 심장을 잔인하게 찔렀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반걸음 물러서다 테이블 가장자리에 부딪혔다.
“아니야... 민아야... 난 그냥 술에 취해서....”
“취했다고 해서 상처를 줘도 되는 건 아니야.”
허민아의 목소리는 끝까지 평온했지만 결정적인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
“넌 한 번도 내 감정을 신경 쓴 적이 없어. 배찬율. 네가 신경 쓴 건 오직 하나였어. 모든 걸 손에 넣으려는, 첫사랑과 여신을 동시에 손에 쥘 수 있는지였다고.”
배찬율은 입술이 떨렸지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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